‘관세폭탄’ 맞은 가상자산, 문제는 금리인하 속도

캐나다·멕시코·中 관세부과 여파
비트코인 9만7000달러선 후퇴
리플 -11.38%·이더리움 -8.55%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에 가상자산이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은 9만7000달러선까지 후퇴하며 출렁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비롯한 거시경제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상자산과 나스닥의 커플링(동조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3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9만7606달러로 하루 전보다 3.17% 하락했다. 일주일 전 대비 5.24% 떨어졌다.

이더리움과 리플은 낙폭이 더욱 컸다. 이더리움은 전날 보다 8.55% 하락한 2860달러를 기록했다. 리플은 11.38%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직후 가상자산 가격이 줄줄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산업 관련 행정명령도 하락을 막지 못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4일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에서 미국 리더십 강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자 공포 심리가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는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대량으로 추방하는 정책과 함께 재개된 무역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가중할 수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트코인 가격의 약세는 이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시장에 위험자산 회피 신호를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시장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미국의 물가 수준 끌어 올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제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전면적 관세가 미국의 근원 물가를 0.7% 상승시키고, 국내총생산(GDP)에 0.4%포인트의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가상자산과 미국 증시와의 동조현상도 심화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두 위험자산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금리인상 및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거시경제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한 달간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와 비트코인의 종가 상관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상관관계지수는 0.764로 나타났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서도 비트코인과 나스닥 종합지수 간의 6개월 이동 상관관계는 0.5로 집계돼 2023년 3월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 증시와 비트코인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미국 통화 및 금리 정책,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거시경제 이벤트에 따른 위험 자산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폭락이 나스닥 및 미국 시장 급락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비트코인과 리플의 폭락은 미 증시의 급락을 예고한다고 전했다. 신주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