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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과 쉬시위안 [MBC ‘라디오스타’ 캡처]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여년을 돌고 돌아 만난 사랑이 비통한 마지막을 맞았다. 클론 출신 가수 구준엽의 아내인 대만 출신의 배우 쉬시위안(徐熙媛·영어명 바비 쉬)의 사망 소식에 두 사람의 긴 인연에 대한 관심도 커지며 안타까운 추모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세기의 로맨스’였다. 두 사람은 2022년 결혼,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한국과 대만을 떠들썩하게 했다.
구준엽과 쉬시위안의 결혼이 주목받은 것은 두 사람이 이어온 긴 인연 때문이었다. 당시 두 사람은 장장 20여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났다.
구준엽은 결혼 무렵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비롯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클론 활동 시절인 1998년 한 파티에서 쉬시위안을 처음 만나 춤을 췄다”며 “대만 매니저가 ‘유명한 MC인데 너희(클론)를 좋아한다고 한다. 쫑파티에 불러도 되겠느냐’고 해서 쉬시위안을 불러서 그때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저는 첫눈에 예쁘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구준엽은 쉬시위안에게 첫눈에 반했고, 쉬시위안 역시 구준엽의 팬이었던 터라 연인 사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최초의 한류스타였던 클론의 뜨거운 인기로 인한 제약은 이들의 걸림돌이었다.
구준엽은 “우리 때는 가수가 열애설이 나면 팬들도 떠나고 일을 못 했다. 그런 압박이 많았고, 주위에서도 내게 ‘너 이거 책임질 수 있느냐, 손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런 것 때문에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안타까운 스토리가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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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원(왼쪽)과 구준엽 |
결별한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고, 10여년 후인 2011년 쉬시위안은 중국인 사업가 왕샤오페이(汪小菲)와 결혼했다. 그러다 2021년 쉬시위안의 이혼 소식이 전해지며 구준엽이 그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구준엽은 결혼 발표 당시 “그녀의 이혼 소식을 듣고 20년 전 그 번호를 찾아 연락해 봤다”며 “다행히 그 번호 그대로여서 우린 다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미 많이 지나간 시간을 더는 허비할 수 없어 내가 결혼을 제안했고, 그녀도 받아들여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반지 대신 손가락에 반지 모양의 문신을 새기고, 각자의 몸에 ‘리멤버 투게더 포에버’(Remember Together Forever)라는 문구를 새기며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구준엽은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23년 만에 쉬시위안과의 대회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돌고 돌아 만난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이날 방송에서 구준엽은 다시 한 번 눈물을 떨구며 “만약 죽을 때 인생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저걸 꼽을 것 같다”며 “가장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는 남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쉬시위안은 배우이자 가수, 방송 진행자로 활동한 대만의 인기스타로 2001년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유성화원’(流星花園)에서 여주인공 ‘산차이’ 역할로 사랑받았다.
쉬시위안의 동생은 소속사 공식 계정을 통해 “설 연휴 동안 가족과 일본으로 여행을 왔는데, 저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언니 희원이 독감으로 인한 폐렴으로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라고 부고 소식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