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CDMO·중수사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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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기술기업 중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비중은 40%에 달한다. 시장 내 존재감을 감안하면 소부장 대표이사의 기술 역량은 물론 비즈니스 감각도 중요해지고 있다.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소재 플랫폼 업체 아이티켐 대표이사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2020년 아이티켐을 인수하며 소재 사업에 뛰어든 김인규(사진) 대표는 과거 컨설턴트, 투자은행 뱅커 등 다양한 직함을 달았다.
시장 흐름을 읽는 안목과 응용생명화학을 전공하며 쌓은 기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아이티켐을 발굴했다. 인수 과정에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자금 지원도 받았다. 인수 이후 소재 플랫폼을 완성해 기업가치를 제고했으며 올해 기업공개(IPO)를 발판 삼아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아이티켐을 머크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소재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IPO를 통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펩타이드 등 생화학 위탁개발생산(CDMO)과 중수 사업을 본격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켐은 원료의약품(API)·디스플레이(OLED)·전자재료 세 분야에서 소재 플랫폼을 구축했다. 국내외 제약사와 IT 기업 등을 고객사로 두고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다. 2021년 별도기준 256억원이던 매출액은 2023년 436억원으로 성장했다.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의 경우 중수 국산화와 업사이클링을 성장 모멘텀으로 잡았다. 중수는 OLED 휘도와 수명을 높이고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물질이다. 아이티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중수 추출 기술을 이전 받아 국산화 국책과제를 총괄 주관 중이다. 현재 파일럿 양산 시설은 구축했으며 IPO 이후 중수 공급자 시장 지위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산 중수의 경우 이미 시장 수요가 있는 상태에서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밸류체인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IPO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완수할 것”이라며 “다양한 인재 확보에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수 사업의 성장성과 원료의약품으로 확장성을 인정 받아 해외 전략적투자자(SI)도 확보했다. 지난해 아이티켐은 1730억원대 포스트 밸류로 해외 소재 업체의 소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원료의약품, 전자재료 분야에도 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모두 참여하는 상태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술력 높이 산 동아제약그룹의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에스티팜이 SI로 합류해 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펼치는 아이티켐 자회사 ST머티리얼즈는 파라투스, 에코프로 등으로부터 140억원의 초기 투자를 끌어낸 상태다.
김 대표는 지주회사격인 큐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아이티켐 지분을 소유 중이다. 파라투스를 비롯한 다른 FI가 유입돼 있으나 큐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50% 이상이다. 일부 콜옵션도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열어 놨다.
김 대표는 “IPO는 구주매출 없이 신주 발행으로만 계획 중”이라며 “그동안 FI와 SI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아이티켐 사업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에 자본적지출 투자를 바탕으로 소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