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압박’ 통했나…시간 번 ‘무역전쟁’ 전망은?

멕시코·캐나다 관세 전격 한달 유예

트럼프, 관세 무기화·상대 극한 압박해 목적 달성

관세로 무역적자↓·제조업 회귀 기조 여전

언제든 ‘관세전쟁’ 촉발 가능성

미국내 반대여론에 ‘시간벌기’ 관측도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4 스탠리컵 우승을 축하하는 플로리다 팬서스 NHL 하키팀과의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시행키로 한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3일 전격 발표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이 한시적이지만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다만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이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돼 글로벌 통상전쟁의 전운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예 결정과 관련해 주요 외신들은 관세가 애초부터 ‘집행 의지’보다는 ‘극한의 압박’ 도구라는 분석과 함께,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타격 및 국내 물가인상 등 각종 우려에 대비할 시간을 벌려는 포석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3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미군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미국 뉴멕시코주 선랜드 파크 지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FP]

▶트럼프, 멕시코-캐나다에 노림수는=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전면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은 일단 이들 국가가 마약 및 불법 이민자 유입을 선제 차단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압박 전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25일, 중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 대한 관세를 처음 예고했을 때와, 1일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모두 무역을 포함한 국제경제 관련 목표가 아닌, 국경안보와 마약 단속 목표를 위해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해 25%의 전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면, 그는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와 불법 마약성 진통제 및 기타 약물의 지속적 유입이 미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갱 조직원, 밀수업자, 인신매매범, 온갖 종류의 불법 마약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의 치안과 공중보건에 막대한 위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서도 캐나다에서 펜타닐과 마약성 진통제 합성 실험실을 운영하는 멕시코 카르텔의 존재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수 증대와 국내 생산 증대라는 두 가지 이유로 관세 부과를 주장했지만, 이는 다른 나라로부터 정책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 카드(bargaining chip)’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고 있다. [AP]

▶트럼프의 관세 활용 ‘충격과 공포’ 전술 통했나=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자국 경제에서 대미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관세를 둘러싼 협상은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이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출혈이 수반되는 관세 카드를 쓰지도 않은 채 원하는 바를 얻은 양상이다.

판을 크게 흔들어 상대국을 충격에 빠뜨린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집권 2기 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중대한 사회 문제 해결에서 협조를 받기 위해 관세라는 거대한 압박 수단을 활용했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잠정 판단하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이와 함께 관세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보이고, 미국내에서도 “인플레만 초래하는 나쁜 정책”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는 상황도 일시적 유예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좀 더 정교하게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멕시코의 국경 관련 협조 도출을 명분 삼아 ‘전술적 후퇴’를 결정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성과·협상따라 ‘관세전쟁’ 언제든 촉발 가능=멕시코와 캐나다가 25%의 관세 폭탄을 모면했지만, 관세 부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관세전쟁을 언제든 촉발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감세 기조 이행에 따를 세수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국정의 기본 구상을 갖고 있어서다. 감세로 부족해진 재정을 메꾸기 위해서는 관세 부과가 절실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나 “오랫동안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 당해 왔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며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밝혀온 공격적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와 별도로 한 달간 국경에서의 선제적 차단 노력이 실질적 효과를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가 국경에 1만명의 군병력을 즉시 보내기로 한 것이 펜타닐 단속에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펜타닐 유입 방지는 이번 유예 결정의 주요 명분이었다.

WP는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와 달리 펜타닐은 생산 방식이 간편하기에 군 병력을 배치해도 소량의 마약을 단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량의 펜타닐은 숨기기 쉽고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속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평화 아치 기념비 위에 미국 성조기와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캐나다 역시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어서 국경 보안 문제만 해결했다고 관세 위협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뤼도 총리와의 1차 통화 내용을 전하는 트루스소셜 글에서 “캐나다는 심지어 미국 은행이 그곳에서 개점하거나 영업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2차 통화에서 캐나다와의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지난 1일 발표된 관세는 캐나다와의 최종 경제 협상이 구축될 때까지 유예될 것”이라며 ‘경제 협상’을 강조했으며, “모두를 위한 공정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단 관세 부과가 유예됐지만,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가 악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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