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표 ‘뉴삼성’ 청사진 나왔다 분석도
올트먼 꽉찬 18시간 일정 첩보작전 방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작은 사진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연합] |
사법리스크 족쇄를 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첫 행보로 730조원 규모의 한·미·일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세상에 없던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AI를 통해 실현될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전례없는 위기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AI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초대형 한·미·일 프로젝트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AI거물’ 3인방 뭉쳤다…730조 ‘한미일’ 동맹 논의=이 회장은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2시간에 걸쳐 회동을 가졌다. ‘AI거물’ 3인방은 이날 73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협력 가능성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날 미팅 전 기자와 만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업데이트 상황과 삼성과의 잠재적인 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투자 요청 등에 대해서) 우리는 알 수 없다. 이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동을 마친 후 손 회장은 “(스타게이트와 관련한)우리의 업데이트와 모바일 전략, 그리고 AI 전략에 대해 얘기했다”며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의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 중이다. 향후 4년 동안 약 730조원을 투입해 미국에 거대한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생성형AI 등 AI 혁신 기술이 총동원되는 만큼, 다양한 기업들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견고한 ‘한·미·일 AI 동맹’이 구축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강자인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글로벌 탑티어 급의 하드웨어 파트너가 절실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TV, 가전 등을 아우르는 강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최근 전 사업 영역에서 고도화한 AI 서비스 탑재에 속도를 내고 있어, 동맹시 시너지가 극대화될 거란 분석이다.
▶이재용 ‘뉴삼성’ 청사진?…AI판도 뒤집을까=이번 3자 회동으로 이재용 회장이 그려오던 삼성전자의 새 미래 먹거리의 청사진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전날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모든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지 하루 만에 AI 거물들과의 회동으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초대형 투자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취임에 앞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히고, 평소에도 기술 투자를 강조해왔다.
특히, 올트먼 CEO가 구상 중인 새로운 AI 단말기(폼팩터)와 삼성전자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올트먼 CEO는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AI 전용기기와 AI 칩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AI는 컴퓨터와 접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새 단말기가 필요하다”며 “음성 조작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편리한 AI 활용을 위해 현재의 PC나 스마트폰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상용화시킨데 이어 최근 XR(혼합현실)기기까지 출시하며 폼팩터 혁신을 이끌고 있다.
▶첩보작전 방불케 한 올트먼의 18시간=한편 샘 올트먼 CEO의 이번 방한 일정은 분초 단위를 다툴 정도로 빡빡했다.
3일 밤 11시께 입국한 그는 4일 오후 6시께 인도로 출국해 아시아 일정을 이어갔다. 무박2일 일정으로, 약 18시간 한국에 머무른 셈이다.
그는 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오픈AI의 첫 한국 비공개 개발자 워크숍 ‘빌더 랩’에 참석하며 첫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9시 45분께 같은 호텔 4층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 등과 AI 반도체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약 40분간 이어진 회동 후 올트먼 CEO는 ‘오늘 미팅 어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더풀”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곧바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와 만나 약 20분간 AI 게임 캐릭터(CPC) 및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1시 10분에는 카카오톡 미디어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챗GPT’ 기술을 카카오톡과 카카오의 새 AI 서비스 ‘카나나(Kanana)’에 통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함께 대담도 진행했다.
식사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는 같은 호텔에서 열린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GS그룹, SK그룹과 코오롱그룹 등 3·4세들 10여명을 만났다.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식사 후 그는 대기하던 승합차를 타고 삼성전사 서초사옥으로 이동했다.
그는 오후 2시께 서초사옥에 도착했다. 이재용 회장과 손정의 회장과의 3자 회동은 2시 40분께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회동을 마친 후 그는 곧바로 오후 5시 30분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