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건설 경기, 소비·일자리도 끌어내린다

한국은행, 건설투자 마이너스 성장 전망
향후 2~3년 간 공급절벽 예상
대출·세제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필요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한 건설 경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10여년 만에 2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건설사의 유동성 공급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가 소비와 일자리 등과 직결된 만큼,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총 641건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3%(60건)가 늘었다.종합 건설 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건설 경기가 좋았던 2021년 당시 305건에 불과했으나, ▷2022년 362건 ▷2023년 581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58곳의 종합 건설 업체가 폐업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공사 업체까지 합치면 그 수는 총 325건으로 늘어난다. 지난 한 달간 하루 평균 12개 업체가 문을 닫은 셈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올해 건설 투자 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지난해 -2.7%에 이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 실장은 “우리나라의 가구 평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9% 내외로 미국(28.5%), 일본(37%)에 비해 높다”면서 “다른 주요국에 비해 부동산 경기 변동이 내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담보가치 저하는 곧바로 가계부채에 상대적 부담을 초래하고 이는 소비 위축 및 경제성장 회복에 제약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주택가격이 1% 상승하는 경우에는 가구 총소비지출이 0.1% 증가한다”고 전했다.

소비 뿐 아니라 내수 성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산업연관표 ‘주요 품목별 경제적 파급효과’(2020년)에 따르면, 전 상품(1.0)을 기준으로 국내 주거용 건물의 영향력 계수는 1.05, 비주거용건물의 경우 1.04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0.7), 중앙은행·예금취급기관(0.68)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았다.

특히 취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커, 1단위 증가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가 주거용 건물과 비주거용건물은 각각 11.28명 10.53명인데 반해 예금취급기관의 취업유발계수는 5.41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주택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뿐 아니라 세제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실수요자의 주택마련 비용 확보를 위한 대출 문턱을 낮추고, 취등록세 인하 및 양도세 감면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한 스트레스 DSR적용 완화가 이뤄져야 미분양 해소로 인한 자금 확보가 이뤄질 수 있고, 금융권에 막혀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에도 활로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도 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최근 비수도권 및 지방의 미분양 사태, 지방의 건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파격을 넘어선 충격의 처방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한시적 완화조치 검토에 나섰다.

야당도 건설업계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건설산업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선 공급자에게는 사업초기 인허가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해주고, 수요자를 위해서는 지역별 합리적 수준의 DSR을 적용하는 등 지속적인 정책금융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라 공급 물량마저 감소하고 있어 2~3년 간 공급절벽이 예상된다. 피데스 R&D센터에서 국토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17만3186건이던 입주물량은 올해 13만490건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2026년에는 7만4380건으로 급감하고 2027년에도 10만6589건으로 줄면서,1990년부터 2024년 평균인 16만3102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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