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나오는 밥상 물가…김값은 37년만에 가장 많이 올라

김·배추·무·당근 등 두자릿수 상승세 여전
물김 값은 급락하는데…마른김값 고공행진
김 부정유통 신고센터 운영 매점매석 단속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판매되는 김의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달 대표적인 서민 반찬으로 꼽히는 김의 소비자물가가 37년여 만에 최대폭 상승하고, 배추·무 등 주요 농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현장점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년 전보다 채소류는 4.4%, 축산물은 3.7%, 수산물은 2.6% 각각 오르며 농축수산물 물가가 1.9% 뛴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달인 12월(2.6%)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다소 축소되긴 했으나 지난해 큰 폭의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특히 밥상에 주로 오르는 품목의 물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 가격이 지난달 35.4% 오르며, 1987년 11월 42.0% 상승한 이후 37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김값 상승 배경에는 K-푸드 인기에 힘입은 수출 물량 급증과 국내 재고 부족 등이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매달 30%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는 등 누적된 상승분 탓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도 높아졌다.

김장철이 지났지만 배추·무 등의 물가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배추는 66.8% 뛰며 2022년 10월(72.5%)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상악화에 따라 산지출하 물량이 감소한 데다 김치업체 등의 저장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무값은 79.5% 올라 8개월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당근도 76.4%로 2017년 2월(103.7%)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배(30.8%), 귤(27.8%) 등도 설 명절 수요와 맞물리면서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판매되는 김의 모습 [뉴시스]


이에 정부는 초강세를 보이는 품목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해양수산부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국내 김 유통·가공업체에 대한 주 1회 현장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마른 김 소매가격(10장)은 1월 기준 147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른 김의 원재료인 물김 가격은 풍년으로 급락하는 데 반해, 물김으로 만드는 마른 김 가격이 오르는 건 유통구조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해수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날 전남 목포 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현장점검은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또 유통·가공업체에 물김 수급 전망 등 정보를 적극 제공해 적시 수매를 유도하고, ‘김 부정유통 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유통질서를 교란하는 매점매석 행위 등을 잡아낸다는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물김 업계의 자율적인 생산 조절을 유도하고 불법 양식을 단속하는 한편, 민간수매자금 융자 사업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합동점검반을 가동해 배추·무 유통실태 점검에 나선 바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각 작물의 재배 전부터 수확기까지 철저한 작황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 여건 조성하고, 기상 급변 등 일시적 수급 불균형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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