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위기 때마다 함께 한 OECD 30년


내년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30돌이 된다. 한국은 1996년 38개 회원국 중 29번째 멤버가 됐다. 그간 OECD와의 여정에서 여러 경제·사회적 위기 때마다, OECD는 위기 극복의 정책 동반자로서 한국의 역동적 성장과 함께해 왔다.

한국의 OECD 가입은 1960년대 초부터 35년간 이뤄낸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였다. 1961년 100달러 미만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96년 1만 달러를 넘어섰고,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열은 그 성장의 원천이었다.

가입 이후 IMF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OECD는 한국의 금융시스템 정상화, 기업구조 개혁, 고용 전략 등에 대한 정책 분석과 권고를 통해 우리나라가 약 4년 만에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OECD는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경제회복 방안을 제시하였고, 그 이듬해인 2009년에는 한국이 처음으로 OECD 각료이사회 의장국이 되어 ‘위기와 그 이후: 보다 강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세계 경제 구축’이라는 주제로 OECD와 함께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 심각한 저출생·고령화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OECD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통한 여성 노동 참여 확대, 근로 수명 연장, 이민제도 개선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권고를 통해 한국의 저출생 종합대책 수립에 기여했다. 이처럼 OECD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인구구조 위기 등 한국이 처한 경제·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소중한 정책 길잡이였다.

30여년을 OECD와 함께한 한국은 그동안 여러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큰 변화를 거쳐 발전된 경제 국가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아직도 한국은 자살 사망률, 노인 빈곤율 등에서 OECD 국가 중 1위이다. 삶의 만족도는 OECD 내에서 네 번째로 낮고, 성별 임금 격차는 가장 크다. 또한, 사회 구성원 간 대화와 협력 등을 통해 한 국가의 신뢰 수준을 가늠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 최근의 국내외 복합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OECD 회원국으로서 더욱 성숙한 글로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에 우리의 분산된 역량을 결집하고 OECD와의 다면적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주OECD 대표부도 OECD 가입 30주년을 기념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디지털·AI 전환,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저출생 및 고령화, 개발 협력, 삶의 질, 지속 가능 재정’이라는 6대 의제에 중점을 두고 OECD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OECD와의 동반 여정에서 위기 때마다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우리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더욱 요구되는 위기 국면이다. 지금까지처럼 슬기롭게 헤쳐나가 세계 무대에서 존경받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를 을사년 새해에 소망해 본다.

최상대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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