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기시감’ 들지 않도록…한국 쇼트트랙, 초격차 실력으로 중국發 3중고 넘는다 [D-1]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왼쪽)과 김길리가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훈련하는 모습 [연합]


편파판정 우려·좁은 트랙
균질하지 않은 빙판 상태
“현명한 레이스로 잘 대처”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개막을 하루 앞둔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세계최강 한국 쇼트트랙이 악명높은 중국의 홈 텃세와 불안한 빙질, 좁은 트랙의 3가지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목표로 한 금메달 6개를 달성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3중고를 극복해야 한다.

쇼트트랙은 대회 개막일인 7일 예선전을 시작으로 8일과 9일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를 펼친다. 남녀 대표팀은 세계 톱랭커들로 전력을 꾸린 만큼 이번 대회에 걸린 9개 금메달 중 6개 이상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메달 라이벌 중국이 개최국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특히 홈텃세로 인한 편파판정, 균질하지 않은 빙판 상태로 3년 전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표팀 선수들은 현지 적응훈련 도중 까다로운 빙질에 수차례 넘어지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쇼트트랙 대표 김건우가 하얼빈 아시안게임 공식훈련 중 미끄러져 안전 펜스에 충돌한 뒤 머리를 감싸고 있다. [연합]


남자 대표팀 김건우는 지난 4일 대회가 열리는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갑자기 미끄러져 넘어졌다. 중심을 잃은 김건우는 안전 펜스에 충돌했고 한참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자 대표팀 노도희도 연습 중 미끄러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표팀은 빙질 문제를 꼬집었다. 주장 이정수는 “훈련 전 정빙기가 매우 빠르게 얼음을 밀더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엉성하게 관리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빙질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 때도 불거졌다. 당시 경기장이었던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의 빙질은 딱딱한 데다 정빙에 따라 빙질이 들쭉날쭉해 실제 경기 도중 넘어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1000m 결승에선 5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빙질을 보수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편파판정 역시 크게 우려되는 변수 중 하나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당시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에서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쇼트트랙 일정 초반에 열린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금메달 후보 황대헌과 이준서가 조 1위와 2위를 기록하며 결승에 오르는 듯했지만 모두 레인 변경 반칙을 지적받아 실격당했다. 이들이 실격되면서 조 3위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오르는 행운을 누렸다. 결승에서도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역시 레이스 도중 반칙으로 인해 실격됐다. 결국 금메달과 은메달은 모두 중국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대한체육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공식 발표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을 압박했다. 외신들도 편파판정 문제를 다루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때문인지 이후 편파판정 논란은 사그라들었고 중국의 쇼트트랙 메달 레이스는 끊겼다. 결국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에서 금2, 은1, 동1로 한국 성적(금2, 은3개)에 미치지 못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이 다른 국제빙상장보다 좁은 트랙으로 한국 선수단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연합]


일반 빙상장보다 좁은 트랙도 한국 선수들의 장기인 아웃코스 추월을 여의치 않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은 국제대회를 치르는 다른 경기장보다 작은 편이다. 특히 직선 주로 트랙이 좁아서 원활한 플레이를 하기에 제약이 따른다. 다른 나라 선수단도 이를 대회조직위원회에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좁은 트랙은 아웃코스 추월을 잘하는 한국 대표팀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과거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체력이 좋은 한국 선수들은 레이스 후반 맹렬한 속도로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 드라마같은 역전극을 펼친 적이 많았다. 하지만 트랙이 좁으면 아웃코스 추월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인코스를 파고들면 선수들 간 접촉이 벌어질 수 있어 불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웃코스 추월이 주특기인 에이스 박지원은 “모두가 같은 조건이다. 현명하게 레이스하고 잘 대처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쇼트트랙 세계 최강 한국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중국발(發) 다양한 장애물을 뛰어넘고 목표한 메달을 달성할 수 있을지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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