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에 넘겨질 것” 트럼프 ‘가자 구상’ 재강조…이스라엘軍 ‘가자 이주’ 군사지원 준비

트럼프 “지역 안정돼 미군은 불필요할 것”

이스라엘 국방 “육로·바다·하늘 통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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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족이 지난 5일(현지시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를 둘러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자 지구에 대해 “결국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에 넘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이른 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가자지구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 척 슈머(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같은 사람들은 훨씬 안전하고 더 아름다운 공동체에 현대적인 새 집을 갖고 그 지역에 재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또 그는 “그들(재정착한 팔레스타인인)은 실제로 행복하고 안전하고 자유로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전 세계의 훌륭한 개발팀과 협력하고 있으며,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화려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의 가자 지구 주둔 여부에 대해서는 “그 지역은 안정돼 미군이 불필요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척 슈머’를 언급한 것은 슈머 의원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대계이자 미 의회내 최고위 친이스라엘 인사로 꼽히는 슈머 의원은 이러한 구상이 중동의 불안정을 더욱 심화할 것이며 미군 파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주변 제3국에 영구 재정착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관리·개발한다는 깜짝 구상을 밝혀 국내외적으로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이동시키는 계획 준비하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는 이날 이스라엘 군당국이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작업을 지원할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그들이 수용에 동의하는 장소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카츠 장관은 “(이 계획에는) 육로를 이용한 이동, 바다나 하늘을 통하는 특별 조치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을 정치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당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겠다는 의도를 공식 선언한 것”이라며 이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지 후보군으로 거명한 이집트는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지원 작전을 막고자 강도 높은 막후 외교활동에 돌입했다.

이집트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 측에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집트로 이주시킬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한 이스라엘 군부가 가자지구 철수계획 시행에 들어갈 경우 그러한 시도는 지역 정상화를 위해 수십년에 걸쳐 진행돼 온 이스라엘과 주변국들의 평화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가자 점령’ 발언에 대체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고, 야당에서도 ‘나쁠 게 없다’며 관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방위군(IDF) 총참모장 출신으로 현재 야권 연합을 이끌고 있는 베니 간츠 국가회복당 대표는 “(트럼프의 가자 점령 구상은) 우리가 잃을 게 없는 제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야권 연합에 참여 중인 야이르 라피드 예쉬아티드당 대표 역시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이스라엘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6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앞줄 오른쪽) 등 미 의회 지도부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EPA]

 

“이스라엘 국민 10명 중 8명은 트럼프 ‘가자 구상’ 지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러한 이스라엘 정치권의 반응은 실제 이스라엘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국민 10명 중 8명은 트럼프의 ‘가자 점령’을 지지하고 있으며, 극좌 진영 일부와 정전협정 타결 지연을 우려하는 하마스 인질 유족, 인종 청소 가능성을 제기하는 비정부기구 단체 활동가와 일부 언론인만이 반대 입장이라고 전했다.

언론인 구르 메기도는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스라엘에 양심적인 인간이 있다면 (트럼프의 가자 점령 구상에 대해) 반대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물약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특정 인종을 특정 지역에서 제거하겠다는 발상은 그 상대가 아무리 잔인하고 무모하며, 상황이 아무리 불리하다 해도 홀로코스트(유태인 대학살)를 겪은 유태인이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팔레스타인 주민 중 떠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주변국 중 그들을 받아주겠다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군사 대응 지시는 정치적 판단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카츠 장관은 앞서 지난 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자지구 구상을 밝히자 “가자 주민 대부분을 전세계 여러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용감한 계획’”이라 평가하고 “가자 주민들은 세계 어느 곳으로든 자유롭게 출국하고 이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전까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당국의 엄격한 통제 속에 해외 여행이 제한됐다.

그는 또한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한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3개국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한 일에 대해 거짓 비난과 명예훼손을 가한 국가는 가자 주민이 자국 영토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서 “캐나다처럼 이민 프로그램을 갖추고 가자 주민 수용 의사를 밝힌 나라들도 있다. 이를 거부하는 건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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