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의심받는 트럼프 정부…파나마 “미국 거짓말”, 우크라 “종전계획 없다”, 브라질 “허세 그만”

미 대통령, 장관 등 거짓말 공방 대상 전락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주간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변국과의 마찰이 깊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파나마는 미국과 거짓말 공방을 주고받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종전계획에 의문을 표하는 등 신뢰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브라질로부터는 “허세를 그만 부리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미국과 파나마는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던 중 6일(현지시간) 진실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날 해군을 비롯한 미국 정부 선박의 파나마 운하 무료 통행을 파나마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하루 만에 파나마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미 국무부는 전날 저녁 엑스(옛 트위터)에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대해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별도 보도자료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통화해 파나마 운하 방어를 포함한 안보상 이익을 양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양측은 미군과 파나마군의 협력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해군 함정의 경우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사례가 연간 40척 안팎으로, 전체 운하 통행량의 0.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선박들이 통행료를 내지 않을 경우 국방부 예산 8500억 달러(약 1230조원)에서 약 1300만 달러(약 188억원)를 아낄 수 있다고 전했다.

절감액 규모는 전체 예산의 0.0015% 정도 된다.

그러나 파나마 대통령은 미 정부의 관련 발표를 ‘일방통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주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 선박의 통행과 관련한 미국 측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며 “제가 아는 한 우방국 간 양자 관계는 이런 식으로 다뤄지지 않으며, (우리는) 거짓에 기반한 외교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 “파나마와 합의”, 파나마 대통령 “허위 사실”

그는 “파나마 운하 통행료 현상 변경이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점을 (전날) 미국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전달했다”며 “대통령에겐 운하 통행료와 관련한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마 정부 설명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ACP)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 76조에는 ‘정부나 ACP가 대양간 수로(파나마 운하) 사용에 대한 통행료 또는 수수료를 면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파나마는 통행료 결정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은 ACP 이사회이며, ACP 이사회에서 통행료 변경을 의결했더라도 최종 승인은 국무회의에서 하게 돼 있다고 보도했다.

파나마 대통령은 “(절감된다는) 1000만 달러 상당이 대체 미국 같은 나라에 얼마나 큰 돈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운하 통행료가 미국 경제를 파산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파나마가 세계 1등 국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맨 끝에 있는 나라도 아니다”며 “미국 대통령 지휘를 받아 외교 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에서는 왜 거짓을 근거로 중요한 공식 성명을 내놓느냐”고 비난했다.

세계 해상무역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 운하는 1914년 처음 개통됐다.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80년 넘게 관리·통제하다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 파나마에 통제권을 넘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5개 항구 중 2곳을 위탁 관리하는 홍콩계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를 염두에 둔 듯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 이를 이유로 운하 통제권 환수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사실무근으로, 파나마 운하는 영원히 파나마 국민의 것”이라며 해당 홍콩계 회사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와 계약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공식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불신을 표했다.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이 매체 소속 특파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공식적인 평화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언급된 (전쟁 종식 관련) 내용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계획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리오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연방병원 응급실 재개관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우크라 대통령 “미국, 공식 종전계획 없어”…브라질 “평화 세일즈 미국, 지금은 불화 조장”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의지를 밝혀 왔다.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는 종전 시점을 “향후 6개월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은 분명한 평화 계획 구상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미국 측과 특정 사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협력해 평화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와 분리된 계획은 존재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공식적인 협상과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오는 14∼16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동맹국들에 우크라이나 종전방안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또 켈로그 특사는 최근 미국이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휴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실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권의 ‘남미 최대국’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과 외국 영토 관련 발언 등에 대해 “허세를 부려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나스제라이스주 지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나라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라는 트럼프 미 대통령 구상에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라는 말이냐”라고 반문하며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이며, 가자 지구에 있어야 할 사람은 팔레스타인 주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미국은 평화 아이디어를 세일즈하던 나라에서 갑자기 도발과 불화의 아이디어를 파는 나라로 바뀌어선 안 된다”라고 힐난했다.

룰라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멕시코만 이름 개칭(미국만),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그린란드에서의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미국도 세계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트럼프는 외국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브라질에 관세를 매긴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똑같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의 ‘달러 패권’ 도전 양상에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도록 확약받을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는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브릭스를 창설한 원년 멤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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