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동성 키스…혜리, ‘청불’ 하이틴 스릴러로 돌아왔다

혜리와 정수빈(왼쪽)이 ‘선의의 경쟁’ 발표회에서 손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STUDIO X+U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공부는 조금 못해도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덕선(tvN ‘응답하라 1988’)이었고, 세기말 오직 춤이 전부였던 필선(영화 ‘빅토리’)이었으며, 위기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뛰어다니는 여직원(tvN ‘청일전자 미쓰리’)이었던 혜리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한민국 상위 1%의 ‘고딩’들의 학교. 그 곳에서도 성적, 외모, 집안까지 빼놓을 수 없는 실세인 전교1등 유제이가 ‘명랑소녀’의 아이콘 혜리와 만났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배우 혜리의 다른 얼굴이 카메라와 마주 선다. 동명의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 ‘선의의 경쟁’에서다.

연출을 맡은 김태희 감독은 “혜리 씨의 팬이라 이전부터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캐스팅할 즈음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SNS에 공개했었다. 줄곧 반장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만나보니 매체에서 접한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대본에 대한 통찰력과 예리함이 있어 제가 많이 떨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통해 이혜리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생각해 구애를 했다”고 말했다. 혜리가 연기할 유제이는 남부러울 것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형 인물. 살벌한 입시경쟁이 벌어지는 상위 1% 채화여고의 실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전학생에게 집착하는 학원 스릴러 물이다.

혜리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묘했다.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캐릭터가 욕심났다”며 “유제이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약간의 싸한 느낌이 있다”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

혜리 ‘선의의경쟁’ [STUDIO X+U 제공]

유제이를 통해 혜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는 “제 안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지점을 많이 꺼냈다”며 “이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20대 후반의 나이 정도는 돼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고등학생 역할이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용기를 내봤다. 내게도 도전인 작품이다”라고 했다.

유제이와 미묘한 관계를 만들어갈 우슬기 역은 정수빈이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볼 수 없을 드라마 같았다. 기존 드라마 극본의 틀을 탈피한 시나리오”라며 “우슬기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공부라고 생각하고 1등에 집착한다. 그가 어떻게 슬기롭게 경쟁할지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두 인물이 만들어갈 긴장감은 이 드라마를 기존의 학원물과는 다른 색을 입힌다. 김 감독은 “두 캐릭터의 세팅값이 매우 다르다. 전교1등이지만 성장배경이 상반된다”며 “현실에선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지기도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을 볼 때 확 끌릴 수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끌림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서로에게 인생을 살며 만나는 성장통 같은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꽤나 파격적이다. 흡연 장면은 물론 동성 키스신까지 담아내며 아슬아슬한 수위 줄타기를 한다. 혜리는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무척 납득이 가는 감정선이었다”며 “두 캐릭터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데다, 두 인물의 갈등과 집착, 가까워지는 상황들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 둘이 굉장히 아름답고 예쁘게 담기는 걸 상상하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10대 소녀들의 학원물이지만, 시청 타깃이 10대는 아니다. 김 감독은 “애초 청소년 시청불가를 염두하고 촬영했다”며 “실제 10대들의 이야기를 많이 조사했지만,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10대들의 감성을 리얼하게 담고 싶었다. 자극을 위한 자극을 지양하면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해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연출했다”고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드라마는 오는 10일 U+tv와 U+모바일tv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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