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겨냥 좌클릭’ 선 그은 與, 속내는 [이런정치]

권영세 “어쭙잖게 좌파 따라하지 않는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규제 해소 강조
‘이재명 우클릭 후폭풍’ 野 상대 우위 전략

권성동(왼쪽부터) 국민의힘 원내대표,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한국수어의 날을 맞이해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갑니다!’라고 수어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민의힘이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좌클릭’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를 내세운 ‘우클릭’을 택한 것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산업 규제 해소’ 등 친기업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지지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최근 민생 행보로 선회한 야당에 대한 견제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쇄신 방향을 묻는 질문에 “어쭙잖게 좌파를 따라하지 않는다”며 “보수 입장에서는 보수의 가치에 충실하게 개혁 방안을 만드는 게 쇄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선명성을 드러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도 “우리가 보수정당으로서 좌파나 중도로 가는 방향성은 의미가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이 우파 색채를 강조한 배경에는 ‘어설픈’ 좌클릭으로 어렵게 회복한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을 앞선 것이 야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란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9%, 더불어민주당은 37%로 집계됐다(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

권 위원장은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을 밝은 미래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세력은 보수 정당 국민의힘밖에 없다는 평가를 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현재의 결과를 보고 좋게 평가하는 게 아니란 점을 분명히 잘 알고 있고,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권영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

권 위원장이 내놓은 쇄신 방향은 ‘기업 규제 완화’다. 반도체특별법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 변경 등을 예시로 들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들고 왔던 ‘경제 민주화’도 거론했다. 권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를 잘못해서 오독하다 보면 지나치게 규제가 많아지고, 경제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잘못 끌어낼 수도 있다”며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를 자유화하는 쪽에 오히려 지금은 포인트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보수 및 경제 정당으로 면모를 부각하면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검토 등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우클릭 행보를 보였지만 “단순한 우클릭은 오답(이인영 민주당 의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김동연 경기지사)” 등 야권 비판에 직면했다.

권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에 대한) 교통정리”라고 설명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우클릭을 한다고 우리도 왼쪽으로 갈 필요는 없다. 반도체특별법과 같은 경제 관련 정책은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전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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