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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에 올라온 헌법재판소 답사 인증 글(좌)과 헌재 평면도(우)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미정갤)에서 이번에는 헌법재판소 폭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미정갤에서 헌재 폭동을 사전 모의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작성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몇몇 이용자들은 헌재 주변을 탐색하고 온 상황을 공유하며 경호·경비 및 경찰의 차벽 설치 등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있다.
한 이용자는 전날 “헌재 주변 탐색하고 왔다”며 ‘답사 인증 글’과 함께 헌재 내외부 곳곳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헌재는 주변 담벼락도 낮고 마음만 먹으면 넘어가기는 쉬울 것 같긴 하다”며 “(경찰이 막으면) 근처 식당이 많으니까 카페 간다고 하거나 북촌에 놀러온 척하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헌재 시위 가능한 장소 확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헌재 전체 내부 평면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 차벽을 뛰어넘을 사다리와 야구방망이, 헬멧 등을 준비했다는 글까지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서는 폭동을 실행하는 날을 ‘퍼지데이’로 부르고, 헌법재판관과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의 판사, 야권 정치인 등을 ‘화교’라 칭하고 있다. ‘퍼지데이’는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더 퍼지’에서 법의 통제가 사라지고 살인과 성폭행 등 모든 불법행위가 용인되는 국가공휴일을 말한다.
예컨대 한 작성자는 한 작성자는 “퍼지데이가 무슨 문제 있느냐. 미정갤이 가장 바라마지않던 그날 아니냐”며 “화교 척살의 그날, 우리 손으로 척살하는 날”이라고 적었다. 다른 작성자는 “결국 (화교) 이 X들이 무서워하는 건 오직 퍼지데이의 물리적인 학살뿐”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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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에서 ‘퍼지’를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게시물들 |
작성자들은 어느 시점에 ‘퍼지’를 실행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 작성자는 “왜 (헌재가) 탄핵 인용하고 퍼지해야 되나”라며 “탄핵 인용해야 명분이 생기는 거라고? 지금도 충분히 명분 있다. 헌재 재판 자체를 못하게 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오는 13일을 ‘초코퍼지 입고일’이라며 “입고 위치는 헌재 앞이다. 입고 수량 넉넉하니 많이 찾아달라”고 적어 이날 오전까지 16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을 ‘1차 모델’로 평가한 글도 있었다. 작성자는 “‘우리가 위축될 줄 알았지? 더 해줄게’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봉기’, ‘저항’, ‘부숴야 한다’ 이런 말들이 (탄핵 반대 진영) 스피커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면 해야 할 것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미정갤에는 지난달 16일부터 서부지법의 담벼락 높이와 후문 출입로 등 진입 경로를 분석한 글이 올라온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들 글을 작성한 성명불상의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에 대한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회의 고발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