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관련 ‘원하는 의견 나올때까지’ 전문가 검토 반복[윤호의 검찰뭐하지]

수사초기에도 수심위 뒤집고 “전문가 의견 또 들었다”며 기소
심의위는 피고인 설명절차도 없어…전문가도 최소인원만으로 진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중앙지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검찰이 기소 때부터 검찰에 유리한 의견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검토했다’며 이 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7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등 14명의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상고제기’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상고심의위는 검찰이 1심·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형사사건에 대해 대법원까지 상고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심의하는 제도다. 주로 변호사, 교수 등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검찰이 권고안에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 때부터 ‘검찰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전문가 검토를 반복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당시에도 검찰은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10대 3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불기소 의견이 나왔음에도 불구, 또다시 전문가 검토를 내부적으로 거쳤다며 기소를 강행했다.

수심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수심위원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정당에 가입된 사람은 위촉될 수 없다. 수심위가 검찰의 설명대로 전문가 섭외에 있어 중립성·객관성을 담보한 반면, 검찰 내부적인 검토에 있어서는 어떤 전문가의 검토를 받고 그들에게 어떤 자료를 제공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재용 회장에 대한 기소를 목표로 정해놓고, 기소의견이 나올 때까지 전문가 검토를 거치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회장 건은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뒤집은 첫 사례로 남았다.

이후 검찰이 2심 재판 과정에서도 전문가 등 11인을 증인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삼성측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 상당수는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들”이라며 “합병 과정이나 회계 처리에 관해 여러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검찰의 입장에 맞는 의견을 법정에서 듣겠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에도 ‘면피용 상고’를 위해 전문가 검토단계를 거쳤다. 특히 수심위와 달리 상고심의위는 피고인의 설명절차가 없어 전문가들이 검찰의 입장만 듣고 판단한다. 또 심의위는 검찰 내부위원을 포함해 7명 이상 50명 이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참여한 외부 위원은 6명으로 최소 인원에 가까웠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진두지휘했던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소 논리가)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고 단단히 준비돼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2심 전부무죄일 경우 상고를 위해서는 심의위를 거칠 수밖에 없지만, 이런 식이면 상고제기 의견이 나오지 않았어도 검찰이 또다시 내부적으로 전문가 검토를 거쳤다며 상고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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