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타게이트로 분위기 쇄신
SK, HBM 이은 차세대 모델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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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산업의 역동성이 극대화한 탓에 전문가는 당장 6개월 뒤 반도체 업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발 ‘딥시크’ 쇼크와 미국의 73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논의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엔비디아 주도의 AI 열풍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워낙 기술 전환 속도가 빠른 탓에 반도체 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먼저 예측하고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로 다소 침체 분위기의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와 함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시동을 걸고 있다. 이 회장은 2심서 무죄를 선고 받은 바로 다음날인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반적인 진행상황과 한·미·일 AI 동맹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에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여러 의미에서 크다. AI에 대한 3국의 대형 협력 사례라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HBM으로 구긴 자존심과 침체된 조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업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향후 4년 동안 약 730조원을 투입, 미국에 거대한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은 1년 넘게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D램 기술력에 대한 삼성전자의 본원적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한계가 분명해 HBM 중심의 AI 메모리 시장이 내년까지만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서비스가 학습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현재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에너지 효율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딥시크를 계기로 효율화한 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엔비디아 AI 가속기가 유일한 옵션이지만, 향후엔 더 경량화하고 저전력 구현이 가능한 대안이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HBM 외에 LPDDR(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이나 LPCAMM(저전력 압축 메모리 모듈), GDDR(그래픽메모리) 등의 수요도 눈 여겨봐야하는 이유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LPCAMM과 LPDDR의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당분간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이달 중 해외 사업장 점검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온다.
HBM의 최대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내부에서도 ‘HBM의 성공에 취하지 말자’는 각성론이 확산되면서 새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 “SK하이닉스가 지금은 HBM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내년에 6세대 HBM(HBM4)이 상용화하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차세대 소부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C가 맡고 있는 유리기판 사업은 향후 5년 내 반드시 개화할 시장으로 꼽힌다. 기존 유기 소재의 기판을 사용한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유리기판은 칩을 더 얇게 패키징할 수도 있고, 발열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최 회장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도 점찍었다. 온도 상한선이 175도인 기존 실리콘 웨이퍼와 달리 SiC 웨이퍼는 최대 40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전압은 실리콘 웨이퍼 대비 최대 10배까지 높일 수 있어 고전압, 고온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을 보면 어떤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할지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동성도 크고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며 “기업들은 여러가지 후보군을 두고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이 광범위하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