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미국 철강, 전달 대비 4.4% 상승
알루미늄 선물 톤당 2635달러 기록
트럼프 관세폭주 1기와 판박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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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주 플로리다의 한 콘도 타워 건설현장에서 인부가 철근 시공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예고한대로 이날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F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금속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관세가 본격 발효되면 가격 급등을 우려해 철강, 알루미늄 등을 사용하는 관련 산업군에서 미리 원자재를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1기 행정부와 닮은 꼴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시작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 여파는 결국 관련 기업들의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졌다. 관세 ‘부메랑’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상대국의 보복 가능성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관세 전쟁을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다.
▶“관세에 가격 오를라” 사재기…미국 내 철강·구리·알루미늄 값 급등=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구리, 알루미늄, 철강의 미국 내 가격이 유럽 등 외국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행정명령에 서명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주요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보편관세 25% 부과가 예고되면서다.
경제정보 사이트 포커스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철강 가격은 톤당 704달러로 지난해 12월 대비 2.3% 상승했다. 1월 31일 기준 철강값은 한달 전보다 4.4% 상승한 톤당 740달러에 거래됐다.
포커스이코노믹스는 “1월의 철강 가격이 상승한 것은 캐나다와 멕시코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 국제 기준물격인 호주산 중국 북부행 순도 62%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106달러를 돌파했다. 지난달 13일 98.78달러로 집계된 것보다 10달러 가까이 오른 셈이다. 철광석은 철강재의 주요 원료다.
구리 가격은 이날 2% 급등해 톤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뉴욕 상업거래소(코멕스·COMEX)에서 구리 선물 기준물 가격은 런던 시장 가격에 비해 톤당 800달러 이상 더 비쌌다. 이런 프리미엄은 2020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알루미늄 가격 역시 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알루미늄은 전거래일보다 0.3% 상승한 톤당 2635달러를 기록했다. 상하이 선물거래소(SHFE)의 알루미늄 가격도 0.2% 상승한 톤당 2809.71달러로 마감했다.
철강과 구리, 알루미늄 가격이 급증한 것은 관세가 붙기 전 금속을 확보하기 위해 수요가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속 중개업체 석덴파이낸셜의 연구 책임자인 다리아 에파노바는 “미국의 높은 웃돈은 관세로 인해 향후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기 전에 시장이 먼저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딘 베이커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를 사용하는 모든 품목의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커는 CBS 머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한 대당 약 6000~7000달러의 비용으로 약 1000파운드의 철강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자동차 가격이 1000~1500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베이커는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국산 철강을 더 많이 구매하는 쪽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외국산 철강의 높은 비용을 활용해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FT는 “투자자들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금속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에서 철강을 비롯한 은과 금 가격도 상승했다”고 전했다.
▶‘1기때와 판박이’…미국경제 ‘역풍’ 알고도 트럼프 “상대방 보복 신경 안써” 폭주=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년 전인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해 이웃 국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당시 일부 국가는 협상에 나섰고, 보복 관세로 반격한 국가도 있었다.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에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들은 협상에 나섰다. 한국도 자발적으로 수출량을 줄이는 쿼터제(수출 물량 제한)를 도입해 관세를 면제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관세에 대항해 미국산 위스키에 관세 25%를 부과했고, 결국 미국과 EU는 관세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양국이 합의한 관세 중단 기간은 올해 4월 1일까지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유지하면 다시 관세 부과가 시작될 수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각종 경제연구에 따르면 1기에 부과한 관세는 몇몇 철강업체에만 도움이 됐을 뿐 가격 인상으로 미국 산업에 타격을 입혔다”며 “트럼프는 이러한 과거를 무시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관세는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미국산 철강 생산이 늘긴 했지만, 철강 가격 인상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미국 철강업체가 얻은 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부터 4년간 미국산 철강은 15억 달러, 알루미늄은 13억 달러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동차 등 원가 인상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생산량을 34억8000만 달러 가량 줄였다.
하지만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의 결과와 상관없이 정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WSJ은 “전·현직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이 트럼프의 무역 구상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며 관계자를 인용해 “(정상들의) 전화 몇 통으로 관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철·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