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전신경화증 치료 단백질 규명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의료진
피부·폐 등 주요장기 섬유화 진행
GRIM-19로 질환억제 기전 확인
효과적 치료전략 수립 근거 규명


가톨릭대 조미라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왼쪽부터), 박진실 가톨릭류마티스연구센터 연구교수, 박성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가톨릭중앙의료원 제공]


가톨릭대학교 의료진이 전신경화증에서 미토콘드리아 이동 단백질인 ‘GRIM-19’가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임을 밝혔다.

10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조미라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연구팀과 박성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GRIM-19’ 단백질 조절을 통해 병인 면역세포의 억제 및 섬유아세포의 미토파지 조절 매카니즘을 규명해 전신경화증의 치료 효과를 입증, 병리 기전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

전신경화증은 피부뿐만 아니라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섬유화가 진행되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환자들에게 큰 어려움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모세혈관에도 발생하여 피부가 두꺼워지고 혈액순환의 방해는 물론, 폐섬유화 발현으로 호흡에 문제를 일으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에서 병증 전개 시 증가하는 전사인자 STAT3와 이의 활성을 억제하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여하는 ‘GRIM-19’ 단백질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전신경화증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을 통해 섬유화 지표인 알파-스마(a-SMA), 콜라겐 타입1(Col I), STAT3 발현이 증가하고 ‘GRIM-19’ 단백질의 수치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이는 섬유화 과정과 ‘GRIM-19’ 단백질 간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에 ‘GRIM-19’ 단백질의 발현을 높이는 유전자 치료를 시행해, 전신경화증을 유도한 마우스에서 피부 진피의 두께가 감소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TGF-beta, IL-6, IL-17, IL-1beta) 및 섬유화 단백질(a-SMA, Col1)의 발현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또한, 자가면역 병인 면역세포인 Th2, Th17 세포의 감소도 관찰됐다.

‘GRIM-19’ 단백질은 STAT3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내로 이동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미토파지’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포 실험을 통해 ‘GRIM-19’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내 STAT3의 이동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전신경화증 질환 모델에서 ‘GRIM-19’를 과발현시킨 결과,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 과정이 원활해졌으며, 섬유화 관련 단백질들의 발현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GRIM-19’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절을 통해 전신경화증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성환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약물 개발이 어려운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지만, 본 연구진이 환자 아바타 모델을 구축하여 보다 정확한 타겟 치료제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미토콘드리아 이동을 유도하는 GRIM-19 유전자 치료제가 전임상 평가를 거쳐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면 매우 유망한 치료 후보 물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미라 교수는 “난치성 면역질환에서 면역세포와 병변 부위에서 STAT3 전사인자의 활성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관찰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한 GRIM-19 단백질은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어, 섬유화 난치질환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치료 타깃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면역연구분야 국제저명 학술지 실험분자의과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F:9.5)에 게재됐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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