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경계 없는’ 공간, 예술 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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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가 개관을 앞둔 GS아트센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GS아트센터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하철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강남 한복판에서 ‘지금, 오늘의 예술’이 끓어오른다. 옛 LG아트센터 자리에 문을 여는 GS아트센터에서다. GS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출범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는 “이 공간을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드는 공간,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공간이자 장르의 경계를 넘어 예술의 경험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곳으로 운영하겠다”고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GS아트센터는 2022년 LG아트센터가 서울 마곡으로 이전하며 남기고 간 빈 공간에 오는 4월 문을 연다. 옛 공간에 약 320억원을 들여 최적의 공연 관람 경험을 제공하고자 리모델링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내구성이 뛰어난 단풍나무 자재로 편안함을 살려 기존 1103석을 1211석으로 늘렸다. 무대 뒤 분장실 등 노후 시설도 재정비했다.
박 대표는 “단순한 리뉴얼이 아닌 시간과 이야기가 겹쳐지는 공간을 꿈꿨다”며 “과거의 기억 위에 현재의 예술이 스미고 미래가 열린 공간,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과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며 리모델링 방향성을 밝혔다.
새단장한 GS아트센터는 강남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던 옛 LG아트센터의 DNA를 이어받아 GS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다. 기존 LG아트센터가 쌓아온 ‘관객과의 추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위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GS아트센터의 개관 키워드는 ‘무경계’다. 자유롭게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규정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예술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이 공간을 찾는 관객 역시 ‘경계’ 없이 확장하겠다는 각오다. 특정 분야를 넘어 전시, 여행, 미식 등 다양한 문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의 ‘공연 문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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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아트센터 [GS아트센터 제공] |
박 대표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 경계를 넘어선 경험을 주저 없이 하는 사람들,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엿보고 함께 상상하고 싶은 사람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 다양한 예술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과의 여정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공간만의 방향성을 만들기 위해 GS아트센터는 해마다 2~3명의 예술가를 선정, 그들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기획을 선보인다. 올해 선정한 창작자는 오페라 연출가이자 시각예술가인 윌리엄 켄트리지(70)와 현대무용 안무가이자 사진작가인 스페인 출신의 마르코스 모라우(43)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켄트리지의 작품 중엔 ‘시빌’(5월 9~10일),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5월 30일)을 선보인다. 레닌과 스탈린 시대를 살아낸 예술가들의 삶을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으로 풀어낸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36세의 흑인 지휘자 로더릭 콕스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듣는 무대다.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 중엔 ‘아파나도르’(4월 30~5월 1일),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5월 17~18일)를 선정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관객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인물, 이들이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공연하고 있는 작품, 무용 음악 등 특정 장르로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경계 없는 작업을 해오는 예술가를 선정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개관 공연(4월 24~27일)은 세계적인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가 맡았다. 13년 만에 한국을 찾는 이번 내한엔 서희 안주원 박선미 한서우 등 한국인 무용수 5명과 120여명의 단원, 스태프가 함께 한다. 5회차 공연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짰다. 게다가 같은 작품 안에서도 구성을 달리해 전혀 다른 작품인 것 같은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아메리카 발레 시어터’가 해외 투어 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발레단의 IP(지적 재산권) 확대 재생산 노하우도 엿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 서울재즈페스티벌과의 협력 공연도 올해 무대에 올리고, 대관 작품으로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내한 공연(7월 말),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11월)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