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복직 후에 ‘교감 옆자리 근무’ 조치
교육청, 장학사 파견했지만 당일 사건 발생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교사 A씨가 앞서 컴퓨터를 파손하고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이상행동을 일삼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우울증’을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질병 휴직을 냈지만 25일 만에 조기 복직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해당 A씨는 “지난 6일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기에 장학사를 파견했으나 파견 당일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A씨는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말 복직했는데, 6일 불꺼진 교실에서 혼자 서성이고 있는 모습을 본 동료 교사가 ‘함께 퇴근하겠느냐’ ‘이야기를 나눌까요’ 등의 대화를 시도하자 헤드록을 걸거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았다”며 “이에 학교 측은 A씨에게 주의를 주고 동료 교사에게 사과하도록 하는 한편 A씨를 교감 옆자리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도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A씨에 대해 연가나 병가 등을 통해 분리조치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장학사 2명이 지난 10일 오전 현장점검을 위해 해당 학교에 파견됐지만, 같은 날 오후 A씨는 학교 시청각실에서 1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휴직 전까지 2학년 담임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12월 초부터 6개월간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 휴직을 냈으나 25일 만에 조기 복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국장은 “휴·복직 관련 규정상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서 교원이 복직을 신청하면 30일 이내 반드시 복직시키게 돼 있다”며 “정신과 전문의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소견이 담긴 진단서가 첨부돼 있었고, 이를 토대로 복직을 시킨 것”이라고 복직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학교는 교과전담 업무를 맡겼고, 지난해 12월 27일부터 해당 초등학교는 방학 중이었기에 실질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국장은 “복직 이전까지만 해도 A씨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던 20년 차 조용한 교사였다”라며 “약물 복용을 정상적으로 한다면 교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 김민규 씨는 이 같은 교육당국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다시 선생님을 한다는 것,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자기 분을 못 이겨 애를 죽였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가 강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육청은 오는 14일까지 애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해당 초등학교 앞은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담장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형·젤리와 함께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는 짧은 메모도 놓여있었다. 인근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운다는 김모(38) 씨는 출근길에 버터 감자칩과 꽃 한 다발을 사와 정문에 내려 뒀다. 그러고는 담장에 놓고 큰절을 두 번 했다. 김 씨는 “참담하죠. 너무 참담하잖아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학교는 안전한 줄 알았는데 이제 어디에 믿고 보냅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용재·대전=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