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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양떼 목장에서 벌어진 학대 현장. 작업자가 양의 얼굴을 때리고, 내동댕이치고 있다.[PETA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인간이 벌인 끔찍한 광경”
짐짝처럼 던져지고, 얼굴을 구타당하는 동물들. 옷과 이불 등에 흔히 사용되는 양털 생산을 위해 길러진 양들이다.
이들은 ‘양털 깎기’ 과정에서 주로 학대당한다. 피부를 칼로 긁어내는 듯, 고통스러운 털 깎기에 몸부림치는 양들을 ‘폭력’으로 진압하기 때문.
이곳의 양들은 모두 3~6개월마다 반복되는 ‘고문’같은 털 깎기를 기다린다. 한 번 이겨낸다고 해도, 좁은 공간에서 또다시 털을 길러내야 한다.
고통은 끝이 없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병들 경우, 최후는 더 비참하다. 상품 가치가 없어진 양은 그대로 버려진다. 목장 주변 쓰레기통에서 홀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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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양떼 목장에서 벌어진 학대 현장. 작업자가 양의 목을 밟고 있다.[PETA 홈페이지 갈무리] |
동물보호단체 PETA(페타)는 2023년부터 2024년 말까지 뉴질랜드 양떼 목장 23곳의 양 학대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23개 목장을 조사한 조사관들은 노동자들이 진통제 없이 어린 양의 털을 깎는 등 학대가 만연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페타가 공개한 영상 속의 작업자들은 양을 깎는 과정에서 서슴없이 학대를 저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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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양떼 목장에서 한 작업자가 양의 털을 깎고 있다.[PETA 홈페이지 갈무리] |
피부가 드러나는 상처가 날 정도로 거칠게 털을 깎아내는 건 다반사다. 작업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양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구타하는 데 더해 짐짝처럼 양을 내던지고 있었다.
페타는 설명자료를 통해 “한 작업자는 양의 머리를 나무판에 여러 차례 내리치는 등 학대를 가했다”면서도 “단 한 명의 근로자도 폭력적인 사건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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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양떼 목장에서 털을 깎이던 양이 상처를 입은 모습.[PETA 홈페이지 갈무리] |
양들은 주름진 피부를 가진 탓에, 털을 깎아내는 동시에 수많은 상처를 입는다. 이 또한 인간이 가능한 한 많은 양모를 생산하기 위해 주름진 피부를 가진 특수 품종을 중심으로 번식시킨 영향이다.
하지만 양털 작업자들은 양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않는다. 상처가 생기면 진통제도 없이 이를 꿰매고,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페타 측은 “시간당이 아니라, 털을 깎는 양에 따라 급여를 받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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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이 좁은 공간에 방치돼 있다.[PETA 홈페이지 갈무리] |
양털 산업에서의 학대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관계자들의 개선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 2007년 양털 농가 주도로 ZQ 인증 시스템이 도입됐다. 학대 비판에 대응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든 윤리적 생산 인증 시스템이다.
하지만 페타는 ZQ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조차 학대가 성행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페타는 ZQ 인증 양털을 생산하는 11개 목장과 양털 생산 창고를 조사한 결과, 윤리적이나 인도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페타 측은 “작업자들이 양을 발로 차고 때리거나, 채찍질하는 등 행위가 있었다”면서 “한 목장에서는 붐비는 울타리 안에 강제로 갇힌 양이 질식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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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양떼 목장 쓰레기 구덩이에 버려진 죽은 양.[PETA 홈페이지 갈무리] |
뉴질랜드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6월 기준 뉴질랜드에서 기르고 있는 양의 수는 2331만마리에 달한다. 연간 양털 생산량은 8만톤 이상으로, 주요 수출품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털을 깎는 과정에서 양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양 품종을 개량·확대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하지만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페타 측은 “호주에서 영국, 이제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양모 산업에 대한 폭력이 만연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잔혹한 행위를 지원하는 기업에 책임을 묻고, 소비자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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