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받는 대리기사들 지하철로 우르르…도대체 무슨일이?[세상&]

이동노동자 쉼터, 종각역·사당역에 문 열어

담당자 “저녁 되면 대리기사 아저씨들로 꽉 차”

 

휴서울 이동노동자 종각역 쉼터.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콜 받으려고 편의점이나 카페에 오래 있으면 눈치 보였는데…”

서울시가 일정한 근무지 없이 이동이 잦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 역사 내에도 이런 쉼터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사당역과 종각역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동노동자 쉼터란 택배, 배달, 대리운전 기사 뿐 아니라 방문검침원, 보험 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이동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에 문을 연 지하철역 쉼터는 접근성 높은 장소에 쉼터를 마련해 달라는 이동노동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3일 찾은 종각역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대리기사 몇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A씨는 “콜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데 어떨 때는 편의점, 어느 때는 카페로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다”며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 있어도 괜찮지만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런 쉼터가 생겨서 반갑다”고 말했다.

이동노동자 종각역 쉼터 내부에 의자와 휴대기기 충전기 등이 있다. 손인규 기자

20평 남짓한 쉼터 내부에는 이동노동자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휴대폰 충전기, 냉난방 설비, 공기청정기, 생수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녹차, 커피 등 음료도 무료로 제공한다.

쉼터 출입은 핸드폰으로 출입용 QR코드를 발급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개소 첫 달인 2월 한 달 동안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담당자가 상주해 이용자들에게 출입과 이용 방법을 상세히 안내 중이다.

쉼터 담당자는 “개소한 지 이제 4일 됐는데 오후 6시부터는 쉼터가 꽉 찰 정도”라며 “특히 이곳은 대리기사 아저씨들이 많이 찾는데 대리기사분들께 이미 입소문이 난 듯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휴식뿐만 아니라 각종 노동관련 상담도 해준다. 임금, 해고, 산재, 휴가 등과 관련된 노동법률, 종합소득세와 같은 세무 상담을 할 수 있다. 감정노동 심리상담도 지원한다.

쉼터는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이는 지하철 역사를 닫는 시간 등을 고려한 것이다. 야간에 주로 일하는 대리기사들에게는 아쉬운 측면이다.

서울시는 “시범 운영을 해보고 이동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어 운영 시간 등을 조정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성동 이동노동자 쉼터 모습. [성동구 제공]

한편 서울시는 서초, 북창, 합정, 상암에 거점형 쉼터인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강남·강서·관악·도봉·서대문·성동·영등포·용산·중랑구 등 자치구에서도 13개의 간이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 취약노동자보호팀 관계자는 “이동노동자들이 일하다 쉴 수 있는 공간을 보다 더 많이 설치해 노동자들의 겪는 어려움을 줄여 나가겠다”며 “노동 상담 등 권익 보호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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