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테너’ 카우프만 “30년 활동은 스스로 가혹한 비평가여서 가능” [인터뷰]

요나스 카우프만 10년 만의 내한
내달 롯데콘서트홀서 2회 공연
음악적 철학은 ‘나 자신에 충실하라’


요나스 카우프만 [롯데콘서트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흥행 보증수표이자 우리 세대에서 가장 뛰어나고 다재다능한 테너.” (뉴욕타임즈)

명실상부 ‘지상 최고의 테너’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테너인 그가 ‘등판’하면 전 세계 어느 공연장이는 티켓은 삽시간에 동이 난다. 30여 년간 무대에 서며 언제나 ‘최정상’을 지키는 요나스 카우프만(55)에게 음악은 그의 매일을 청년으로 살게 한다.

“저를 움직이는 동력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래하고 공연하는 즐거움이에요.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땐 출발선에 선 경주마처럼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어지죠.”

그의 목소리는 장르를 아우르고, 경계를 허문다. ‘이 시대 가장 뛰어난 가곡 해석가’로 불리고, 70여 개 이상의 주역을 맡으며 세계 오페라계를 이끈다. 영화 음악 앨범(‘더 사운드 오브 더 무비’)도 선보인다. 폭넓은 음역과 방대한 음악세계를 다져오는 동안 무수히 많은 왕관을 썼다. 프랑스의 클래식 음악 전문지 디아파종 등 다수 매체에서 ‘올해의 가수’ 상을, 지난해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요나스 카우프만 “감미로운 자장가부터 ‘오텔로’의 광기 어린 절규까지 이 모든 장르의 공통점은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이라며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탐구하고 여러 방식으로 목소리를 사용하는 다양성과 유연성은 장기적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그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앞서 2022년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으려 했으나, 코로나 직후였던 터라 ‘연기’됐던 공연이 3년 만에 다시 성사됐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한 줄로 설명하면 ‘가곡과 오페라를 아우르는 음악 성찬’이다. 두 번의 공연(3월 4, 7일 롯데콘서트홀)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과 장르로 구성했다.

내한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그는 “10년 전 한국 관객들의 열정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번 무대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5년 첫 내한 당시 그의 공연에선 30번이 넘는 커튼콜과 5번의 앙코르가 나왔다.

공연은 슈만과 브람스, 리스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이르기까지 독일 낭만주의 계보를 훑어내는 가곡 리사이틀(3워 4일)과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3월 7일)로 구성했다.

요나스 카우프만과 헬무트 도이치 [롯데콘서트홀 제공]


카우프만은 “가곡을 부르는 것은 가창의 궁극(the ne plus ultra of singing)”이라고 했다. 3~4분마다 새로운 상황과 감정을 전달해야 하고, 매순간 다른 인물이 돼야 하며, 더 많은 색채와 뉘앙스, 미묘한 강약 조절, 음악과 언어를 다루는 정교한 해석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질 때 가곡 리사이틀은 청중에게 ‘순간의 마법’을 안길 수 있다”고 했다.

가곡 리사이틀에선 가사의 섬세한 뉘앙스까지 살려내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가 함께 한다. 두 사람은 카우프만이 독일 뮌헨 국립음대 재학 시절 인연을 맺은 사제 기간이다. 카우프만은 “헬무트 도이치는 가곡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준 사람”이라며 “나의 가곡 스승이었고, 오랜 시간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멋진 동요가 돼 30년 넘게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카우프만이 리스트의 가곡을 즐겨 부르고 결국 음반을 작업하게 된 배경도 도이치의 영향이다. 두 사람은 ‘기쁨과 슬픔’(Freudvoll und leidvoll), ‘축복의 시간’(Selige Stunde) 등의 음반을 작업을 함께 해왔다.

리사이틀에 이어 두 번째 공연(3월 7일)에선 푸치니와 비제, 조르다노의 오페라 대표 아리아를 노래한다. 요헨 리더가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한다. 그는 “오페라는 아마도 가장 정교한 예술 형식”이자 “가장 강렬히 응축된 형태의 감정”이라고 말했다.

“오페라가 최고의 정점에 이르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집니다. 오페라 가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어요. 음악과 감정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습니다.”

음악가이자 예술가로의 그의 삶은 ‘매일’이 치열하다. 30년 이상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로 ‘마음가짐’을 꼽은 그는 “(이는) 단순히 성대나 신체적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어떤 일에 참여해야 할지, 무엇을 피해야 할지, 어떤 일을 기다려야 할지, 어떤 유혹을 견뎌야 할지 등을 판단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매력적인 역할을 제안받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유혹을 뿌리치고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수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비평가가 돼야 합니다. 예술가로 지니고 있는 저의 철학은 셰익스피어의 말로 인용하고 싶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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