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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차 전원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엄격한 증거조사 등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하고, 관련 범죄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이들에 대해서도 불구속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의 건’ 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2·3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장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가수사본부장, 국방부조사본부장, 국방부검찰단장 등에게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장에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등에서 탄핵소추권 남용 여부를 적극 심리해 남용이 인정될 시 조속히 각하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와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 관련 피고인들에 대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재판 원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가수사본부장, 국방부조사본부장, 국방부검찰단장 등에게는 “계엄 선포와 관련된 범죄 수사에 있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법원·수사기관이 모두 인권위의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을 적극 수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결정문에는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위원들의 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도 함께 포함됐다.
남규선, 원민경, 소라미 위원은 반대의견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훼손된 일반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헌법 질서 회복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원위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의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기관으로 최고 권력자를 비호하는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직 위원도 반대의견에서 “인권위가 설립된 취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많은 변호사들이 선임된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인권위가 나선다는 건 상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라며 “실질적 법치를 위한 기관인 인권위가 정치적 해석 여지가 많은 사안에 대해 단순 다수결로 의결해 의견을 개진한다는 건 국가인권위원회법 기본 정신에도 반한다는 점을 지적해둔다”고 밝혔다.
이충상 위원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현직 대통령도 법관, 헌법재판관 앞에 서면 법률적·사회적 약자인 것이 틀림 없다”며 “증거신청이 부당하게 기각되고, 반대신문사항을 미리 제출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고,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법한 송부 요구가 있어도 대항방법이 없는 약자인바, 헌법상의 여러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용원 위원도 보충의견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기로 우리 사회에 잠복돼 있던 이념·진영·세대 간 갈등이 분출돼 사활을 건 쟁투가 전개되고, 우리 사회가 이러한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수습하기 어려운 심각한 파국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하면 내란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석훈 위원은 보충의견에서 “탄핵심판이나 형사재판을 함에 있어서 절차적 정의를 철저히 관철하며 공정하게 재판하는 것은 그 후의 국가통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며 “피소추인,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 충실하게 사실을 조사하며 공정하고 신중한 재판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소나 법원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문에는 인권위 안창호 위원장을 비롯해 남규선·이충상·김용원·한석훈·이한별·원민경·김용직·강정혜·소라미 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종민 위원은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