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계산대 줄 길더니”…미국 소비자, 관세로 가격 오를라 ‘사재기 열풍’

소비자 5명 중 1명 ‘둠 스펜딩(Doom Spending)’

트럼프 관세 영향 화장지·식품 등 생필품 넘어 가전까지 ‘파멸적 소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heraldk.com자료]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고 있다.[heraldk.com자료]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코스트코 계산대 줄이 너무 길어서 매대를 둘러싸고 돌아야 할 지경이었어요.” -워싱턴DC 거주 현지인 A씨

“평소 3.99달러하던 계란값이 7.99달러가 됐어요. 라면에 계란 못 넣어 먹어요” – 버지니아주 거주 한인 B씨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형 마트 코스트코를 최근 다녀온 현지인 A씨는 “계산대 줄이 너무 길어 평소보다 계산하는데 두배가량 기다려야 했다”며 “지난 2년 새 이런 줄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한국인 B씨는 “사람들이 사는 생필품 수도 양도 많아졌다”며 “무엇보다 조류독감 때문에 계란값이 너무 올라 오전에 가야 살수 있고 오후엔 그마저도 없다”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부르짖고 있는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로 미국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인 5명 중 1명은 관세 인상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을 우려하며 물품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크래딧닷컴의 조사를 보도했다.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미리 각종 물품을 비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 대형 소매점에서는 화장지, 식품, 의료용품 등 생활 필수품 재고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헤럴드DB

사재기 품목은 진공 청소기, TV, 오디오 등 가전제품까지 확대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관세 정책에 따라 수입 물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소비자들이 미리 기존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려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정된 관세가 대량 구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22%는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30%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인 5명 중 1명은 최근 자신의 소비를 ‘둠 스펜딩(Doom Spending)’이라고 표현했다. 둠 스펜딩은 경제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감정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파멸적 소비’라고도 불린다. 짧은 시간 안에 개인이 자신을 위로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거나 과도하게 지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응답자의 23%는 올해 신용카드 빚이 늘어나거나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기업 경영진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을 뒤흔들고 일부 기업들이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어 경영 환경이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카고 대학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98%가 관세 부과의 상당 부분을 관세 시행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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