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US스틸 놓고 소송전 비화우려
한·일 열연강판 반덤핑조사 갈등 뇌관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속에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해왔던 한·미·일 3국의 공조 체제가 최근 잇따른 변수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까지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US스틸 인수 관련 갈등, 한국과 일본의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를 둘러싼 갈등 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3국 간 공조가 근본부터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산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철강기업인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제철은 조 바이든 정부의 인수 불허 결정 이후 인수를 포기하고 투자액 증액 등 다른 방식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다른 나라가 US스틸을 인수하게 두지 않겠지만 일본제철이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것은 괜찮다”면서 “누구도 US스틸 주식의 과반지분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지난 정부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조치와 관련 일본 철강업계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을 통해 불허결정을 무효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마이니치신문도 “미국은 지금까지 반도체 등에서 동맹국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대중국 수출 규제에서 일본에 동조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그런데도 철강 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동의를 뒤집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도 “일본제철이 출자 비율을 50% 이하로 대폭 낮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승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US스틸에 대한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미국 측에서) 기술만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번 조치와 관련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보호무역조치로 동맹국인 일본을 압박했다”는 논평을 통해 이례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나섰다. 미·일 정부가 US스틸에 대한 구체적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있어 이번 사안이 언제든 양국 공급망 공조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트럼프식 관세 정책’도 3국 공조에 균열을 가게 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대미 투자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등의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한 연구를 마치는 마감일로 제시한 4월 1일까지 일본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 개선 방안 등 구체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미국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계의 예상과 달리 지난 정상 회담에서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추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정부 차원의 대미 외교 채널은 물론 주요 경제단체 등도 각각 미국 현지에서 의회와 주정부, 백악관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4월 2일로 예상되는 미측의 상호관세 부과 전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정부 인사의 방미 일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개최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첫 대면 회의에서 관세 이슈와 관련 ‘부처 간 협의를 이어간다’는 정도의 원론적 이야기만 오갔다”며 “북한 비핵화 등 3국이 정치적으로 공조 강화에 합의했지만 관세 협상 등 경제 분야는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헸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