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안귀호 “종가의 뿌리를 올곧이 지키며 현시대에 진화된 무용 예술을 그려나가는…” [권혜수의 문화 텔레스코프]

(3)멈추지 않는 무용가 안귀호 인터뷰


※권혜수의 문화 텔레스코프-예술인편

문화 텔레스코프 예술인편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 나가고자 합니다.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가치관과 철학부터 오랜 시간 함께 한 지인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깊이감 있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공연장이나 갤러리를 찾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지면을 통해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닐 수 있는 작은 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 무용가·안무가 안귀호


Q. SNS에 공식적인 사진만 올리는 예술인도 많은데, 교수님께서는 공연과 팀원, 제자들, 가족들과 찍은 일상의 사진도 공유해주셔서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무용계에서는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동시에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공연을 하시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한국 무용가이자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귀호입니다. 현재 예술감독 안병주 교수님의 무용단체인 춤이음의 부대표이자 상임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춤이음의 산하단체인 IUM Dance project(안귀호춤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어 국내외 한국무용 공연을 통해 다양한 창작 안무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考) 김백봉 선생님의 소중한 예술작품들을 보존, 전승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무용가입니다. 현재 직장은 경희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 무용학 과정 총괄 주임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작품 아우음(안무 안귀호)中 안귀호 솔로


Q. 전 세계적으로 도구를 활용한 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부채춤’은 다른 나라의 춤에 비해 입체적 구성과 화려한 율동성을 뛰어납니다. 원형을 이루어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나는 느낌의 안무와 부채를 맞대고 옆으로 늘어서 파도치는 듯한 움직임의 안무는 해외에서도 극찬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 교수님께서는 대한민국 무용계의 르네상스를 이끄시고 부채춤을 창시하신 김백봉 선생님의 친손녀이신데요. 교수님과 김백봉 선생님의 특별한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또한 무용가 집안이라 자연스레 춤을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춤을 시작하시게 되신 시기는 어떻게 되실까요?

A. 저는 김백봉 선생님의 첫 번째 친손녀로 태어나면서 바로 무용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춤 길을 간다는 것은 선택이었기보다는 태어나면서 주어진 사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 모두 모이면 춤의 이야기로 가득했었죠. 김백봉 선생님께는 춤을 대하는 마음을 배웠고 당연히 손끝 하나 발끝 하나 소중한 움직임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가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는 주옥같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예술작품들을 올곧게 전승할 수 있는 큰 지적 재산을 물려받았죠. 누구보다 긴 시간 김백봉 선생님의 작품을 배우고 가르침을 받았으니까요.

제가 2~3세쯤, 어릴 때 집에 손님이 오시면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흰 수건처럼 날리며 춤을 추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주변 어른들이 많이 하십니다. 그러한 제 모습을 기특해하시면서 여러 번 시키시던 김백봉 선생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춤을 추는 첫 손녀가 대견하셨나 봐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나이에 무용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성장 과정에서 김백봉 선생님이 연습실에서 연습하실 때 저는 음악을 틀면서 항상 옆에서 보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 시간이 참으로 지루한 시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안무하실 때 어떤 것을 고민하시고 각각의 작품을 출 때 중요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자리에서 보고 배운 것이 어마어마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작고하신 후 지금의 저에게 김백봉 선생님은 저를 유독 아껴주신 사랑하고 보고 싶은 할머니이십니다.

그리고 무용 이론가셨던 안제승 선생님(김백봉 선생님의 부군)이 해주시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들으면서 고지식한 무용의 이론과 개념도 가지고 활동하는 무용가가 된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무용가라면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무용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러한 개념들이 좀 강하게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의 무용가로서 저를 완성해 주신 소중한 뿌리가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십니다.


김백봉 선생님과 안귀호의 어린 시절. (초등 1학년 학교 공연 준비에 직접 와 춤을 가르치는 모습)


Q. 2021년 ‘대한민국 무용인의 밤’에서 <‘하루:레종데트르(raison d’tre)’>로 ‘대한민국 무용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셨고 2019년 서울 무용제에서 <갇힌 자의 위로(慰勞)> 최우수상을 받으셨습니다. 수상하신 작품마다 그 메시지가 가볍지 않습니다. <갇힌 자의 위로(慰勞)>는 입시 속 당시 고1 아들을 보시면서 답답한 뒤주 속에 갇혀 생을 마감한 역사 속 인물 사도세자(思悼世子)를 테마로 안무를 구상하셨습니다. <하루;레종데르트(raison d’etre)>는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사유 법칙인 ‘존재의 이유’에서 시작되었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와 교수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두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작품을 구상할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공감과 진정성입니다.

움직임을 단순히 기교로 풀어내기보다는 춤추는 이와 보는 이들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안무자인 제가 그 당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심상에서 작품을 고민하다 보니까 가장 중요하게 차지하고 있는 제 삶의 환경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아냅니다. 그래야 우선 제 마음이 먼저 움직이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소재들을 사회적 문제나 인간 삶의 공통적인 요소로 풀어냅니다. 많은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찾는 것입니다.

<갇힌 자의 위로(慰勞)>는 마침 당시에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후였고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이 저희가 어렸을 때보다 너무나 결과 지향적이고 꿈을 갖기보다는 성과에 집착해야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때였습니다. 제 아들이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들어와서 “너희는 지금 행복할 자격이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억장이 무너졌었습니다. 무슨 의미로 그렇게 얘기하셨는지는 알지만 너무 속상하더군요. 그런 마음으로 고민해 보다가 우연히 사도세자가 생각이 났습니다. 결과론적인 비극적 역사적 사건을 본 것이 아니라 사도세자가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 과정에서의 환경과 압박에 시선이 갔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성과에 급급한 결과론에 치우쳐서 다가간다면 사도세자처럼 비극적인 슬픈 결과밖에 없을 수도 있으니 우리 모두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단편적인 생각을 작품으로 그려냈어요.

<하루;레종데르트(raison d’etre)>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힘들고 지치는 반복된 삶이 소재가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부딪히는 삶에서 넘어야 하는 어려움은 멈추지 않고 또 옵니다. 하나가 끝나면 하나가 또 다가오는 것. 정말 그 당시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반복해서 찾아올 때라서 제가 달리고 있는 그 길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었고 길의 끝에 찬란하게 서 있을 미래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미친 듯이 달리고 넘어지고 그러다가 위로를 받게 되고 그 힘으로 또 걸어가고 하는 과정이죠. 길 끝에 마주한 바다를 보며 항해를 시작하고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결심하는 것으로 작품이 끝납니다. 결국 맨발로 달려온 험난한 길이 나의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지요. 현재 그 이후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힘든 인생 여정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미래의 이야기를 영화의 시즌2처럼 연결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2019 서울 무용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갇힌 자의 위로(慰勞)> 안무 안귀호


안귀호 춤 프로젝트, 2021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 수상 후 출연자와 함께


Q. 요즘 무용의 주체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보는 무용에서 직접 할 수 있는 무용으로 변해야 한다는 관점인데요. 2021년 무용교육혁신위원회가 무용 수업을 공교육 교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국민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다른 예술 분야 공교육에 비해 무용 공교육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은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무용 과목은 예술과 체육이 합쳐진 형태의 교육으로 예술적 소양을 높임과 동시에 신체를 단련할 수 있어 책상머리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무용 수업의 공교육화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 부탁드립니다.

A. 말씀하신 것처럼 무용은 심신 단련에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신체의 표현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는데 너무나 훌륭한 분야입니다. 무용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춤추는 사람의 정서와 생각, 마음을 표현합니다. 움직임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창작을 통해 창의적인 능력도 함양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무용은 안타깝게도 독립교과로서 인정이 되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어릴 때, 공교육을 통해 미술, 음악 등은 필수로 배웁니다. 피아노도 쳐보고 그림도 그려봅니다. 그러나 춤을 춘다는 것은 운동회 때 잠깐이고 그 외에는 선택의 분야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피카소, 모차르트는 누구나 아는데 부채춤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발레의 어떠한 동작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자연히 공연장을 찾는 것 또한 어려워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지도를 하다 보니 더 느끼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코로나 이후 내성적 개인주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로 자신에 대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공연 예술의 한 장르인 무용은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야기합니다. 춤출 때 가장 자신다워지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창의성, 정서 함양, 신체 능력 발달, 표현력 발달 등 이 외에도 춤의 장점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로 증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용계 선배로서 무용 전공자들의 직업환경 개발에도 공교육화는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무용 교육이 공교육화가 되고 더 나아가 필수교과가 되는 것.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에 생각보다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혁신이 될 것입니다.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안남도 무형유산 <김백봉부채춤> 강습회 中 지도 모습


Q. 예술의 길을 걸으시면서 분명 힘드신 일도 있으셨을 것입니다. 교수님만의 슬럼프를 극복하시는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그리고 무용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과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여타 예술과 달리, 무용은 움직이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공연예술 분야로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작품을 통해 느꼈던 감성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연구하고 만들어 낸 모든 움직임과 작품들은 결국 제자들이나 관객들. 바로 사람으로 전달되어 남습니다. 그래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힘들 때가 있다면 춤을 배우는 제자들이 춤을 수단으로만 여길 때입니다. 본질적인 무용 예술과 무대에 대한 고민이 없이 단순히 가볍게 춤을 활용만 하려고 하는 경우지요. 그래서 저는 움직임만 가르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을 때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통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깨달음을 위해 어렵지만 반드시 가져가야 할 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에 대해 제자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슬럼프는 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오는 것 같습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를 때죠. 왜 나는 안 되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침범하는 순간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제 마음을 잘 다스리려고 노력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생각 비우기예요. 여행, 가족과 즐거운 시간 그리고 정말 힘들 때는 집에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 등으로 복잡한 생각을 지우려고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은 무조건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하는 것입니다. ‘멈추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슬럼프가 사람들을 통해 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을 통해 극복되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이 일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우러지며 이뤄내는 일입니다.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아티스트들과의 치열한 작업은 언제나 힐링이 됩니다. 힘든 시간이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영양가 없는 생각을 비우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많이 웃으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해결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절대 쉬운 길이 아니고 예술가라는 직업이 불확실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연습과 공연을 미친 듯이 계속해 나가면 결국,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법이 완성될 것입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반복되다 보면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오게 됩니다. 저에게 긴 시간 어떻게 한 길을 가고 있느냐 묻는다면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현재 주어진 지금의 무대와 내 공부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저만의 예술세계가 생기고 저만의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 과정에서 반드시 무용인으로서 올바른 방식으로 노력하고 버텨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고 했습니다. 심성을 다스리며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후배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옛날보다 젊은 무용수들에게 주어지는 여러 환경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선배로서 자리하고 싶습니다. 무용인들 모두 지치지 말고 파이팅입니다.


작품 날것 (안귀호 안무)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더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A. 한국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대중들이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예술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안남도 무형유산인 <김백봉 부채춤> 이수자로서 우리나라 원형의 부채춤이 소중하게 보존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양손에 부채를 들고 꽃을 만드는 그 부채춤의 창무자가 김백봉 선생님이십니다. 1954년 만들어진 원작 부채춤이 현재 평안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니 혹시 부채춤이 북한의 춤인가라는 질문도 받아봤습니다. 부채춤을 만드신 김백봉 선생님의 고향이 평안남도라서 원작을 소중하게 보존하라는 의미로 대한민국의 이북5도청 소재인 평안남도청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해주신 거였어요.

그리고 이미 너무나 다양한 버전으로 부채춤이 추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원작을 지정해 주기 위한 방법으로 <김백봉부채춤>이라고 이름을 앞에 붙여주신 것이었습니다. 현재 안병주 보유자님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교수/사) 대한무용협회 수석부이사장)을 중심으로 많은 전승교육과 대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올바른 부채춤의 의미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도 있다 보니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알리고 있지만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부채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고유한 전통춤 유산들이 많습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K-Pop은 흥이 넘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K-Culture의 뿌리에는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 전통의 문화와 춤에 관심과 애정이 더욱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5년에는 안 좋은 소식보다 행복한 소식이 가득하시기를 바라며 저희 무용 예술에 더욱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연 보러 많이 찾아주세요. 모두 치열하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무용 예술 공연장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안귀호 출연 평안남도 무형유산 김백봉 부채춤


2024 서울무용제 명작무극장 김백봉 화관무, 솔리스트 안귀호


안귀호 출연작품 초립동 (최승희 원작 · 김백봉 안무)


글·사진 = 권혜수 우석대 교수

정리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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