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 “선거 없었다” 퇴진 압박…우크라 정권교체 시사

젤렌스키, 2019년 5년 임기로 대통령 당선

전쟁 발발해 선거 없이 ‘전시 체제’ 임기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발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협상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선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종전협상에서 배제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위해 가진 미·러 장관급 회담 종료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이는 러시아가 제기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면 머리기사로 트럼프의 발언을 전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는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리야드 미·러 회담에서 양국은 평화협정이 최종 합의 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로 교체해야 한다는 취지의 트럼프 발언은 러시아의 주장과 비슷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전쟁을 이끌어온 젤렌스키를 축출한 뒤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수립하는 방안을 암암리에 모색해왔다.

볼로디미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터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유명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는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전쟁 발발과 함께 계엄령이 선포돼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시 내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전시 체제에 따른 선거 중단으로 임기가 현재까지 연장되고 있다.

이후 러시아 측은 “젤렌스키가 대선을 취소함으로써 국가 권력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는 향후 양국이 상황에 따라 종전협정 등 합의문에 서명할 일이 있을 때 상대가 적법한 대통령이어야 하는데 젤렌스키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후 젤렌스키의 암살도 여러 차례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자신을 권력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며 러시아의 작전명을 ‘마이단 3’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이단은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독립광장 마이단에서 시작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뜻한다.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불리는 이 시위로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반서방 노선을 이끌어온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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