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위기 속 中 추격·HBM 성장세 감소 ‘경고’
SK하이닉스, 4가지 이머징 AI메모리 기술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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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 전시장 입구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 코리아 2025’가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올해 행사는 아이멕(imec), AMD, ASML,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 등 주요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한국을 찾으며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죠. 다소 분위기가 침체돼있던 한국 반도체 업계가 간만에 활기를 띄었던 현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위기에 대한 긴장감이 만연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큰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섬뜩한 전망도 나왔죠. 오늘 칩만사에서는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언급된 K-반도체를 향한 ‘경고’와 ‘희망’을 살펴보려 합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DDR5 등 첨단 메모리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에서 바짝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며 성장세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10나노급 4세대(1a)와 5세대(1b) 공정도 현재 개발 중이며, 빠른 속도로 양산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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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인사이츠에서 분석한 CXMT D램 공정 기술 현황. 김민지 기자 |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는 지난 19일 세미콘 코리아 2025의 한 세션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마이크론도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첨단 D램 공정인 1a와 1b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중국도 EUV 장비 없이 DUV를 멀티 패터닝하는 방식 등으로 그 수준까지는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D램 공정의 개발 로드맵은 10나노급 1세대(1x) →2세대(1y)→3세대(1z)→4세대(1a)→5세대(1b)→6세대(1c) 노드(node)로 구분됩니다.
중국 CXMT는 1z 공정 수준을 G(제너레이션)4라고 명칭하고 있습니다. 현재 CXMT가 시장에서 판매 중인 최신 D램은 G4 공정 기반입니다.
최 박사는 중국이 1z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3을 개발 중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CXMT는 G1 기술 기반으로 HBM2를 개발해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한 테스트를 마쳤다”며 “16나노급 D램 기술인 G4로 HBM3 정도는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내년 초 개발 완료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 박사는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은 EUV 장비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세계 최초로 1c 공정 기반의 DDR5를 개발했고 현재 양산성도 갖췄습니다. 내년 양산 예정인 HBM4E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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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LPDDR5 [CXMT] |
중국은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을 바짝 쫓아가는 동시에 범용 D램 시장을 정조준하며 야금야금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1z 공정 기반의 범용 D램은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원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z 공정 D램은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중 30~35%의 생산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올해도 분기별 차이는 있지만 25~35%의 비율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CXMT는 지난해 전체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5%까지 확대했다고 합니다. 공급 과잉 양상에도 저가 공세까지 펼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거죠.
D램 시장 성장을 선도하고 있는 HBM 성장세가 내년부터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가트너는 올해 HBM 시장이 전년 대비 66.9%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2026년에는 22%로 대폭 꺾이고, 2027년에는 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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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올 1월 미국 CES 2025에서 전시한 HBM3E 16단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
고라브 굽타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주기성)으로 인해 2027~2028년 D램 시장의 매출 하락세가 예상된다”며 “HBM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HBM이 수주형 제품이긴 하지만, 전체 메모리 시장의 다운턴에 따른 주문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현재 시점으로는 HBM의 성장세가 2028년 21.3%로 회복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AI 시대가 워낙 급변하다 보니 당장 6개월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은 큽니다.
반도체 업계 관게자는 “AI 시장의 이슈와 난제가 워낙 빠르게 급변하다 보니 HBM이 아닌 다른 메모리 폼팩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챗GPT 붐으로 HBM이 갑자기 조명을 받게 됐듯 또 어떤 제품이 ‘스타’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넥스트 HBM’은 도대체 어떤 것이 될까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고 아직 먼 미래이긴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번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을 몇가지 꼽았습니다.
▷SOM ▷STT-M램 ▷Ferroelectric(강유전체) 메모리 ▷ACiM(아날로그 컴퓨트 인 메모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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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발표한 이머징 메모리 기술들. 김민지 기자 |
SOM부터 찬찬히 살펴볼까요.
SOM은 메모리와 셀렉터(Selector)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이중 기능성 소재하는 반도체입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D램과 데이터를 저장하고 삭제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서 각광받는 기술이죠.
SOM은 차세대 표준화 인터페이스인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환경에 적합한 메모리입니다. CXL은 CPU, GPU, AI 가속기, 메모리 등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합해 D램 용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STT-M램은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를 뜻합니다. M램은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빠른데, 낸드처럼 비휘발성을 가지고 있어서 D램과 낸드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으로 평가받습니다. STT-M램은 M램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라고 보시면 쉽겠습니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외부에서 전기장이 가해지지 않아도 전기적 분극을 유지하는 자성을 가지고 있는 강유전체 특성을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인 3D 적층 방식을 용이하게 해 주목받고 있죠.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강유전체 소재를 활용해 1000단대의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ACiM은 컴퓨팅과 메모리 사이의 경계를 없앤 기술입니다. AI 연산 시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서 연산과 저장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에 둘을 가능하게 하는 것지요. 에너지 사용을 절감에도 특화돼있어서 AI 시대에 꼭 필요한 ‘최종 목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죠.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기술드을 ‘이머징 메모리’라고 명명하고 미래 기술 연구 조직인 RTC를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 R&D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재연 부사장은 지난해 자사 뉴스룸을 통해 “글로벌 RTC는 다음 세대 기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머징 메모리를 개발하고,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컴퓨팅에 대한 기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해 또 다른 멋진 요소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