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일터 공격 그만해달라”
영풍 “개인 경영권 방어에 노동자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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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 노동조합의 활동 사진 [석포제련소 노조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영풍과 고려아연 측 노동조합도 각자 성명을 내면서 갈등이 노노간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내달 하순께로 예정돼 있는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까지 양측 간 장외전 양상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전날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조합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독단적인 경영으로 (영풍이 1대 주주인) 고려아연의 지속가능성도 위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에 약 2조원의 채무를 발생시킨 점, 유상증자 계획을 숨기고 공시한 의혹, 그리고 최대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시도 등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양사의 동업 상징이었던 ‘서린상사’의 인적분할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뒤 이사회를 독점적으로 장악했고, 양사가 공동으로 거래하던 고객사에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가하고, 원료 공동 구매와 제품 수출 등 공동 비즈니스를 단절시키고, 수십 년간 이어온 ‘황산 취급 대행 계약’도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고려아연 노조측에도 “최 회장은 소수주주이자 경영대리인일 뿐”이라면서 “최 회장 개인과 고려아연 회사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특정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노동자들이 동원되지 않기를 바란다. 노동조합은 특정 경영진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 노조의 이번 입장문은 지난 20일 문병국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고려아연노동조합(이하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이 노동조합 명의의 성명서를 낸 상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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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장 앞에서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
당시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MBK·영풍 측이 대타협 제안을 거부한 뒤 보여준 행보는 야만 그 자체”라면서 “원주민을 쫒아내고 땅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 협박과 소송을 남발하는 ‘약탈자’와 ‘투기업자’에 다름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MBK와 영풍이 적대적 M&A의 야욕을 버리지 않을 경우, 일자리 해고 등의 고용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노동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면서 “고려아연 노동자들과 경영진이 ‘100분기 연속 흑자’라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동안 영풍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2600억원을 기록한 실패한 기업”이라고 상대측을 공격했다.
MBK에 대해서도 “그동안 인수한 기업의 노조와 숱한 갈등을 빚었고 경영 성과가 부진한 곳도 부지기수입니다. 홈플러스와 딜라이브, 네파, BHC 등 그 실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그 같은 일이 고려아연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
앞서 고려아연 노조 측이 사측의 기자회견과 주주총회 등 행사에 등장한 반면, 영풍 노조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아 왔다. 이번 영풍 노조 측의 입장문 발표가 고려아연 경영권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지난달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사건에 대한 판단이 나오는 내달 초까지는 양측 간 장외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는 내달 하순께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