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난민 환영하는 도시서 난민 거부감 높아져
“일하러 온 난민 아니라 난민 혜택 노려”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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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극우정당 AfD 소속 정치인들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원내 2당 위치까지 확보한 뒤 선거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돌풍을 일으킨 배경으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민심 변화가 거론됐다.
AfD는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구(舊)동독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서부 독일의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라 원내 2당의 위치까지 올랐다.
AfD는 뒤스부르크와 같은 러스트벨트에서 지지율 상승을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2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AfD의 정치적 기반이 동독 지역 바깥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러스트벨트를 대표하는 뒤스부르크를 언급했다.
라인강과 루르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뒤스부르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항만을 배경으로 예전부터 철강 산업이 발전했다.
2000년에는 독일이 생산하는 전체 금속의 49%가 이곳에서 생산됐을 정도다.
철강산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뒤스부르크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의 강력한 지지기반이기도 했다.
그러나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뒤스부르크의 정치적 풍경도 급변했다.
1970년대 뒤스부르크의 인구는 60만명이었지만, 일자리가 줄어든 탓에 현재 50만명으로 감소했다.
이민자에 대한 태도도 크게 바뀌었다.
뒤스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출신 노동자를 적극 수용하면서 이민자를 환영하는 도시였다. 이민자의 노동력을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시절인 10년 전부터 중동 지역의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했다.
이민자들이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온 것이 아니라 난민 혜택을 받고자 독일에 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진 것.
주로 난민들이 저지르는 범죄 행각도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부채질했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연합(EU) 난민협정을 거부하고,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AfD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밑거름이 됐다.
뒤스부르크 북부 지역구에서 AfD는 지난 총선보다 2배 이상 오른 24.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지역 터줏대감인 SPD는 이 지역구에서 1위를 수성했지만, 득표율은 11.7%포인트나 하락한 25.2%에 그쳤다. 2위 AfD와의 격차는 0.6%포인트에 불과했다.
뒤스부르크 곳곳에서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겼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따라한 듯 ‘뒤스부르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적힌 AfD의 선거용 모자와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이 지역에서 Afd 후보로 출마한 알란 이마무라는 “예전에는 유권자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보거나 심지어 모욕하기도 했다”면서 “올해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