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주도 트럼프, 러시아와 밀착…“우크라에 절대 불리” 지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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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다음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시민이 무너진 자신의 집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 3년을 맞는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목숨을 잃은 군인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이 100만명(러시아 추산), 러시아군은 86만명(우크라이나 추산)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 그러나 미국이 ‘침략국’인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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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북동부 지역을 전면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해방하겠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불렀다. 당시 러시아는 20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투입했다.
당초 러시아의 압도적 전력에 밀려 일주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저항으로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의 권위주의 진영의 대결로 굳어졌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세는 러시아에게 유리해졌다. 러시아는 현재 침공을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 20%에 가까운 지역을 장악한 상태다. 러시아는 자국이 점령한 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등 동부와 남부 4개 주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서방측이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를 버틴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일부 지역만 차지했다.
양측의 대립 속에서 지난해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으로 전쟁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기준 1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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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 구급대원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부상당한 군인을 대피시키고 있다. [AFP] |
EU와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우크라이나의 지원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종전을 원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발틱 3국 등 동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완전히 회복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격적인 전화 통화를 한 뒤 종전 논의가 본격적화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시작으로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비롯해 총력 외교전에 나섰다. 밴스 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약 40분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종전 방안을 논의할 첫 고위급 회담이 개최됐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주축으로 한 양국 대표단은 고위급 협상팀을 신속히 꾸려 종전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아마 이달 말 전에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미·러 정상회담을 예고해 종전 협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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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엑스 캡처] |
다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정작 종전 논의에 배제돼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사실 나는 그것이 전쟁 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에 1400억달러(약 202조원)의 원조를 제공한 EU도 초기 협상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따라서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종전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YT는 “협상에서 러시아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당한 4개 지역을 회복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반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길 원하느냐. 어떻게 양보하겠느냐”고 반발했다.
NYT는 “가장 가능성 있는 협상안은 공습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지역에 통제권을 유지하되, 더 이상의 영토 점령은 하지 않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한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 측의 ‘협상 카드’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어느 순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화되는 극적인 순간)로 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희망은 희미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