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 대겠다” 사람 구하려다 문 뜯은 소방서에 쏟아진 기부 손길

화재 난 빌라 주민들 문 수리비 800만원 요구
소방에 “보상금 대신 내겠다” 후원문의 잇따라
소방서 후원 거절, 보험·예비비 등 보상 방안 강구


광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광주 119특수대응단에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차량 전복 상황을 재현해 인명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1.19 [광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빌라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한 소방관들이 문 수리비를 요구받았다는 소식에 소방서로 시민들의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광주광역시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소방관들이 물어야 할 보상금을 대신 내고 싶다’는 문의가 15건 접수됐다.

서울의 한 기업 대표라고 밝힌 A씨는 소방서에 “소방관들을 항상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해 왔다.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경상도에 거주하는 B씨는 “총보상금액을 내가 다 지불하겠다.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제안했다. 한 시민은 “돕고 싶다. 힘든 일을 하고 돈까지 물어준다니 가슴이 아프다”며 “기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접 소방서를 찾아온 시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0대 남성 2명은 “행여 소방관들이 돈을 낼까 봐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왔다”면서 직접 돈을 들고 소방서를 찾았다.

그러나 소방서는 “소방관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만 받겠다”며 모든 후원금을 거절했다. 소방서 측은 “해당 보상금은 시 조례에 따라 손실보상 예산으로 지급된다. 기사를 보고 소방관들이 직접 돈을 내는 줄 오해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주 북구 신안동 4층짜리 한 빌라에서 화재가 나 한 세대가 다 타버린 모습. [광주 북부소방]


앞서 광주 북부소방서는 지난달 11일 새벽 2시50분께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 가구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 빌라는 4층 규모로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 불로 2층에 살던 30대 주민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집 주민이다. 빌라 주민 7명이 대피했다.

당시 소방관들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는 6가구는 잠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를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문과 도어록(잠금장치) 등이 파손됐다.

사고 이후 빌라 주민들은 강제 개방으로 파손된 물건들의 비용(800만원 상당)을 배상받을 수 있는 지 소방에 문의했다.

소방은 소방기본법(25조) 상 이를 지급할 의무는 없지만,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행정배상책임보험에 지급을 요청했다.

진화 과정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 불이 난 주택의 주인이 가입한 화재보험에서 배상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해당 빌라의 세대주들 모두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또 화재가 발생한 2층 집주인도 사망해 구상권 청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공제회는 소방관의 과실이 아닌 인명구조를 위한 적법한 조치였다는 판단에 지급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광주소방은 소방대원의 배상을 대비해 세워둔 예산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다만 배상비 예산이 총 1000만원 한도여서 예산의 80%에 달하는 비용을 한번에 지출해야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보상 걱정 없이 구조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 안전을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용기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손실보상 예산과 보험제도를 통해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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