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아끼려다 날벼락…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 법정구속 [세상&]

‘페놀’ 공장폐수 무단 방류 혐의
무단 방류 vs 폐수 재활용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 1심 유죄
강달호 전 대표 등 법정구속


서울 시내 한 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 [뉴시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맹독성 오염물질인 ‘페놀’이 담긴 폐수를 무단 방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고영규 HD현대케미칼 대표(현대오일뱅크 전 안전생산본부장), 이정현 현대OCI 전 대표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이었던 정 모 씨는 징역 1년 2개월이 선고됐다. 모두 법정구속됐다. HD현대오일뱅크에는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지난 2023년 8월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이 공장폐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관계자들의 혐의는 크게 2가지다. 먼저 대산공장 내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냉각수’로 재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130만여톤의 폐수가 수증기 형태로 대기로 배출됐다는 혐의다. 두 번째는 대산공장의 폐수를 자회사인 현대OCI(현 HD현대OCI)와 현대케미칼(현 HD현대케미칼)로 각각 33만톤, 113만톤을 배출한 혐의다.

물환경보전법 상 기준치 이상의 페놀 또는 페놀류를 담은 폐수는 ‘방지시설’을 거쳐 정화한 후 배출해야 한다. 검찰은 방지시설을 거쳐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처리된 폐수처리수의 재이용은 가능하지만,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를 자회사로 배출하거나 냉각수로 재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해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 450억원을 절감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먼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배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장 간에 폐수가 오가거나 지역사회에 직접 방류된 것이 아니어도 위법하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물환경보전법상 형사처벌이 되는 대상은 기준을 초과한 수질 오염 물질을 방지시설에 넣지 않아 환경 오염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실제 자연환경이 오염되지 않더라도 시설에서 배출 당시 수질 오염물질을 포함하면 족하다”고 했다. 이어 “폐수에 함유된 오염물질에 대한 관리 가능성을 상실하고 노출시켰다면 생명 건강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HD현대오일뱅크의 주장도 배척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은 함유 페놀이 슬러지 형태로 배출되거나, 폐수가 배기가스와 접촉해 증발되는 페놀양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한다”며 “(공장폐수의) 페놀이 거의 모두 제거되어야 하는데 실험 결과를 보면 일부가 제거되는 것일 뿐 상당 부분 제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의 고의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강달호 등이 입사해 근무한 기간, 직책 등을 고려하면 폐수를 사용할 경우 페놀 문제가 생길 것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가스세정시설에)투입하는 용수 대부분을 폐수로 사용하다가 악취 민원이나 관할 행정관청의 단속이 있을 때만 깨끗한 물을 사용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는 우리나라 최초 민간 정유사로 수질오염 방치시설을 새로 설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지 않다. 폐수처리장 증설 비용 등 절감 목적으로 조직적·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강우·강설로 지상에 떨어지는 오염물질은 동식물과 사람에게 직접 위해를 가한다. 수사가 개시되자 깨끗한 물을 증가시켜 페놀값을 낮추는 등 정황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1심 재판부의 사실관계 판단과 법리 적용에 수긍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관련 오염물질이 배출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 오염물질의 대기 중 배출 사안에 대해 물환경보전법 적용은 무리하다”며 “위법의 고의가 없었고 외부 배출이 없어 환경오염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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