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허위보고서’ 이규원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검찰 “판례 배치돼 납득 어려워”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조사 과정에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전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1심에서 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6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검사에게 벌금 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유죄는 인정하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2년)을 지나면 선고 효력을 잃게 하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에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의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 결과서 가운데 ‘녹취가 없어 복기해 진술요지 작성’이라고 적은 부분만 “녹음이 됐고 녹취록도 존재했다”며 허위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허위 기재 부분의 비중이 크지 않고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며 초범인 점을 들어 선고를 유예했다.

윤씨 보고서 나머지 부분과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의 면담 보고서는 실제 진술 내용으로 보여 허위 작성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기자들에게 알려준 김학의 사건 관련 내용은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로 보인다”며 “내용이 알려진다 해도 국가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인정되지 않아 ‘누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봤다.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혐의도 모두 무죄가 나왔다.

이 전 검사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일하던 2018∼2019년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씨와 박 전 행정관의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하고 이를 특정 언론에 알려줘 보도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윤씨 면담보고서 가운데 ‘윤석열을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것 같다’는 등의 기록은 당시 윤씨 진술 내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전 검사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한편 법무부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지난 총선에 출마한 그를 정치운동 관여 금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작년 11월 해임했다. 이 전 검사는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낙선한 뒤 당 전략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전 검사는 선고 뒤 “수십 쪽 공소사실 중 단 한 줄 부분과 관련해 선고유예가 나왔고 나머지는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사실상 무죄”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으로 불리던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 그리고 1심 결과를 봤을 때 해체 수준의 근본적인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웅변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기록에 준해 비밀로 유지되던 진상조사단 기록을 기자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준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1심 판결은 기존 판례 등에 배치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등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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