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전 USTR 부대표)이 26일 서울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배문숙·양영경 기자]“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선업은 흥미로운 분야다. 한국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라는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고, 미국 내 다른 기업들과 긴밀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전 USTR 부대표)은 26일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이머징 피메일 트레이드 리더스(Emerging Female Trade Leaders)’ 행사 참석차 한국에 머물고 있다. 커틀러 부회장은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로 나선 바 있다.
커틀러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관세 부과 ‘타깃’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조언을 구하고 있는 인사다.
다음은 커틀러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호 호혜적 무역과 관세’라는 각서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지만 비관세 조치, 보조금, 환율, 불공정 관행, 심지어 부가가치세까지 영향권에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상호 관세 발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한국 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계산할 때 비관세 조치도 포함하겠다고 한 것이 특히 그렇다. 트럼프가 관계 당국에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할 개편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라고 요구한 마감시한인 4월 1일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비관세 조치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FTA에 따라 양국간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고 한국도 무관세율 유지를 원할 것이므로 상호 관세로 계산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미 행정부의 큰 관심사였던 디지털 분야에서 비관세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 무역 정책 행정명령에 따라 불공정 무역 관행과 외국과의 기존 무역 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를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미 FTA를 통해 한미 간 많은 비관세 조치가 사라졌다. 많은 분야에서 무역을 개방하고 무역 장벽을 없애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일부 장벽과 비관세 조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 미 정부가 한미FTA에 대한 전면적인 재협상을 모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정 장벽을 파악한 한미FTA를 수정하거나 분기에 부칙을 추가하여 미해결 장벽을 처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4일부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철강 제품은 쿼터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 받아 왔는데 한국이 면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트럼프 1기 때 체결된 쿼터 합의의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 그 합의는 관세로 대체될 것이다. 트럼프는 또한 협정의 기존 허점을 막고 예외와 면제를 없애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모든 예외 및 쿼터 계약에 따라 여전히 많은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를 면제 대상으로 언급했지만 이 또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 워싱턴에서 신임 상무부 장관을 만날 때 한미 철강 쿼터 협정이 잘 작동하고 있으니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르면 4월부터 수입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대미 수출 주력 품목이다. 대미 수출 타격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예상된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크게 증가했다.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은 자동차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대미 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대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미국의 자동차 분야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무역 불균형에 대한 대응이며, 이를 통해 미국에 더 많은 반도체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한국은 삼성과 다른 기업들의 주도하에 중국에서 사용되는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팹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이번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조선 및 방산 협력을 촉구했다. 양국 간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조선은 미국과 한국이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분야다. 중국의 조선 산업이 부상한 가운데 미국은 한국 같은 국가와 관계를 강화하고 싶어한다. 한 달 전에 한국 조선사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한국의 협력 강화는 중국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한국 재계 인사들과 만나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심사 기간 단축과 규제 완화 적용 등 미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10억달러라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참고로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부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8년 동안 미국에 1600억달러(약 230조원)를 투자했다.
▶한국은 자동차 분야와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에서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에 더 많은 한국 투자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곧 있을 한국 산업부 장관과 미국 상무부 장관의 회담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 대한 더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 것은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외국 기업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워싱턴에 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고위급 관료들을 워싱턴에 파견하고 민간 부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한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정리되면 지도자 대 지도자 회의를 구상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