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부당한 장벽에 맞서 단호하고 즉각적 대응”

“EU는 세계 최대 자유시장…美에도 이익”
“관세로부터 유럽 산업·소비자 보호할 것”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유럽 산업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EU에 대한 25% 관세 방침에 대해 ‘단호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천명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EU는 합법적이고 차별없는 정책에 도전하기 위해 관세를 포함,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부당한 장벽에 맞서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EU 관세 관련 취재진 질문에 “EU는 언제나 유럽 산업과 노동자, 소비자를 정당화될 수 없는 관세들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답했다.

질 대변인은 또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 시장이며,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곳”이라며 “EU는 크고 통합된 단일 시장을 구축해 무역을 촉진하고 미국 수출기업들의 비용을 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EU 27개 회원국의 표준과 규제를 비슷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유럽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매우 높은 수익성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EU간 상품·서비스 무역은 연간 1조5000억 달러(약 215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질 대변인은 이러한 성과가 EU와의 교역이 미국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상기시킨 것이다.

질 대변인은 “유럽은 대화와 개방, 호혜주의를 지지한다”며 “규칙을 준수한다면 우리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모든 면에서 우리 소비자와 기업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EU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면서도 실질적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백악관은 미국이 손해를 보는 불공정 무역 국가로 브라질, 인도, EU, 프랑스 등을 꼽았다.

철강이나 자동차는 유럽의 핵심 산업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EU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EU에 따르면 유럽 철강산업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800억 유로(약 120조원)가량을 기여하고 27개 회원국 중 22개국에 걸쳐 500여개 생산 시설이 가동 중이다. 생산량의 20%가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은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3번째 규모다.

이 때문에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EU로서는 최대 280억유로(약 42조원)의 타격이 예상될 거라는 보도도 나왔다.

자동차 산업 역시 EU의 효자 종목으로, EU 전체 GDP의 7%를 차지하며 약 14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독일이 EU 회원국 중 대미 자동차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다급해진 EU의 무역 수장은 최근 직접 미국을 찾았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지난 19일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지명자를 만나 유럽의 입장을 전했다.

이 만남에서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과 관세 문제에 합의를 원한다며 특히 자동차 부문 관세 인하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철강 부문에서는 “서로의 철강·알루미늄을 겨냥하지 말자”며 미·EU 간 협력으로 ‘전 세계 철강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에 공동 대응하자는 뜻이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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