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계엄 다큐 ‘힘내라 대한민국’…‘싸워라 대한민국’이 됐다 [세상&]

개봉현장 직접 가보니
비상계엄 정당성 강조, 尹 지지자들 모여
한국전쟁 장면에서 손수건으로 눈물 닦아
개봉 첫날 4099명 관람객 모여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영화관에 ‘힘내라 대한민국’이 상영되고 있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영화 보는 내내 울다 웃었네요” “1만2000원 내고 아까워서 겨우 참고 봤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탄핵 반대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이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관람객 A씨에게 감상평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개봉 첫날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의 영화관을 찾아보니 이 영화의 관람객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온 시민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께 서울 성동구의 한 영화관. 교회에서 단체로 영화로 온 무리부터, 혼자 온 사람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이 영화관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의 첫 상영이 시작된 오전 10시 10분 기준 108석 중 92석의 자리가 찼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서울 동대문구 또 다른 영화관은 영화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마치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를 극장으로 옮겨 놓은 듯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고 선언하던 장면이 스크린에 나오자, 관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는 한국전쟁과 박헌영 및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자’ 서사가 강조했다. 여순반란사건, 제주4·3사건, 대구 10월 사건이 박헌영이 일으킨 세 가지 사건으로 정의됐다.

김일성·마오쩌둥·스탈린이 등장하자 관객석에서는 “빨갱이 XX들”이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나오니 “죽일놈”, “배신자”라는 분통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손가락으로 욕을 해 보이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이 함락되고 국군과 미군이 다수 사망했던 당시를 조명할 때는 흐느껴 울거나 크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 후반부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일부 관객들은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탄핵당한 29명의 인사들의 얼굴이 한 명씩 확대되자 “이게 나라냐”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보수 집회에서 자주 들리는 ‘양양가’가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 구치소를 나와 탄핵이 기각되고 복귀한 윤 대통령의 상황과 관련한 장면이 스크린에 나오자 한 관람객이 “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고 박수가 쏟아졌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원용호(71) 씨는 “건국 전쟁이라는 이승만 대통령 관련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 찾아왔다”며 “단순한 탄핵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벌어지는 체제 전쟁을 이 영화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 말했다

현모(65) 씨는 “공산 세력이 얼마나 무섭고 극악무도한지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가 끝나고도 상영관을 나가지 않고 엔딩 크레딧이 다 내려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김모(55) 씨는“온 국민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한국의 역사, 나라의 심각한 상황을 다시 한번 복기하고 일깨워줬다. 이제 온 국민이 계몽할 때다”고 답했다.

불편한 관람평도 있었다. 호기심에 영화를 봤다는 대학생 김모(25) 씨는 “현대사를 의도적으로 재구성해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민주화 운동과 같은 노력은 전혀 포함되지 않고 보고 싶은 역사만 편집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황모(51) 씨는 “영화를 봐야 친구들끼리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보러 왔다”며 “다큐라고는 하지만 너무 급하게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개봉 첫날 ‘힘내라 대한민국’ 관객수는 4099명이었다. 지난 2일까지의 누적 관객수는 2만2223명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힘내라 대한민국’ 상영관을 더 늘려야 한다는 여론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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