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 이번에 극복해야” 개헌 의지
“尹과 신뢰 상했지만 국민에 충성”
‘與 현역 16명’ 친한계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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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주소현 기자] “민주당 이재명 측에서 하는 29번의 탄핵, 그게 헌법에 없었던 건가요.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 헌법에 없었나요. 있었던 겁니다. 수 십년 동안 헌법에 있었지만, 감히 그것까지 하지 않는 절제의 정신이 서로 지켜온 암묵적인 룰이었고 그게 깨진 겁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서 “이번에 극복하지 않으면 다음 번엔 정말 더 잔인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87체제 극복이 단순한 과거의 극복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그 점에 대해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 미래로 갈 수 있을지를 궁리하고, 그 길을 찾아서 용기있게 결단하고, 헌신하면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제가 여러분과 함께 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그동안 무산된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 “새로운 시대는 구시대를 온 몸으로 정리하겠다는 희생과 헌신이 없으면 절대 열리지 않는다”라며 “누군가 87 체제의 문을 닫는 궂은 일의 역할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 새 시대를 준비할 사람은 그런 희생의 정신을 다짐하고, 국민에 약속드려야 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올해 대선이 치러지면 새 리더는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일 제2연평해전을 주제로 한 연극을 관람하며 당대표 사퇴 약 두 달 만에 정치 활동을 재개한 한 전 대표의 첫 번째 북콘서트다. 시작 전부터 책과 꽃다발, ‘계엄막은 한동훈 국민이 먼저입니다’, ‘한동훈 응원합니다’ 현수막을 든 지지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여권에서는 친한(친한동훈)계를 포함해 한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에서는 4선 김태호(경남 양산을) 의원과 재선의 박정하(강원 원주갑)·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 초선의 고동진(비례)·곽규택(부산 서동구)·김건(비례)·김상욱(울산 남갑)·김소희(비례)·김예지(비례)·박정훈(서울 송파갑)·안상훈(비례)·우재준(대구 북갑)·정성국(부산 부산진갑)·정연욱(부산 수영)·진종오(비례)·한지아(비례) 의원 총 16명이 참석했다. 원외 인사로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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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계엄 당일 등 자서전에 담긴 주요 사건들의 비화가 나왔다. 한 전 대표는 계엄 당시를 회상하며 “전 제가 잘하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연찮게 제가 집권여당의 대표 위치에 있어서”라며 “그걸 늦지 않게, 적절하게 활용하면 계엄이라는 우리나라에 닥친 큰 위기를, 일단 불을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보다 먼저 계엄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서도 “과거에 우리 역사는 그런 식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서 굉장히 오래도록 응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윤한 갈등의 뇌관이자 22대 총선의 악재로 작용했던 김건희 여사와 의정갈등, 이종섭·황상무 사태 등에 대해서도 “그 사안들은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거였다”며 “제가 불편하고 공격을 받더라도, 그걸 어떻게라도 조금이나마 수정하기 위한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와 감정이 상하면서까지, 그렇게 하기가 저도 굉장히 어려웠다”면서도 “충성의 대상은 국민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 전 대표는 “옆에서 직언하고 바로 잡아가는 게 정치”라며 “상황이 어려워지는 데 대해 너무 안타깝지만 오히려 저처럼 직언하는 분이 더 많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 사정이 있겠지만 대통령 만날 일이 많지 않나. 그걸 자랑하며 다닌 분들이 많지 않았나”라며 “전 그 분들이 그 시간에 직언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수 진영 일각의 ‘배신자론’도 언급했다. 한 전 대표는 “선민후사,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기준으로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분들이 말하는 ‘인간적으로 연이 깊었던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건 감성의 문제이니 반박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용병론에 대해서도 “저는 여러분의 용병이 맞다”며 “정치인은 모두 국민의 용병이다. 용병을 용병답게 끝까지 부리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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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시도와 관련해 “막장스포츠에서도 눈을 찌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이 정치세력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눈이라도 찌르겠다고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이 대표의 ‘K-엔비디아 국민 지분 30%’ 발언도 “그건 남미의 독재정권이 국유화하던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뭐가 필요한지 알고 전폭 지원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제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괜히 폼잡으면서 엔비디아 얘기를 하고 30%를 갖고 간다, 정말 동네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민주당’ 발언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말하고 빠지지 말고 논의의 틀로 올라 오라”며 “당당하게 나와서 좋은 정책 만들자”고 했다.
한 전 대표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정책에 대해서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꾸 이재명 대표는 풍력이니, 기후 얘기를 하는데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며 지리적 특성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실 세계와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춰야 한다”며 “그래선 우리가 AI(인공지능) 시대에 숟가락을 얹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