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층 높이 해수관음상, 태풍을 막아준다?…베트남 다낭 지키는 세곳의 ‘영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63) 베트남 다낭 영응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베트남 다낭 오행산 땀따이 사원의 포대화상



큰 포대를 맨 배불뚝이 중국 당나라 전설적인 승려 ‘포대화상’은 서양에선 웃는 부처라고 불릴 정도로 호탕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볼록한 배를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는 포대화상이 유난히도 많이 보인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별칭이 붙은 베트남 다낭의 사찰들은 본당 앞마당 가장 중심 지역에 포대화상이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 중부지역 해안의 온대성 기후 휴양도시인 다낭은 전체 관광객 1위가 한국이고, 다음으로 인도, 타이완, 프랑스 순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4~5시간 거리인 다낭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어를 모르더라도 웬만한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찾는 곳이다.

다낭 썬월드


특히 한국과 프랑스에는 또 다른 의미로 특별한 지역이다. 프랑스는 1858년 베트남의 허리 부분인 다낭지역을 공격했다.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침략을 감행해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다. 한국은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미국의 우호국으로 참전해 다낭 호이안 지역에는 청룡부대가 주둔하면서 베트남 국민에게 잊지 못할 아픈 상처를 남겼던 국가다. 베트남은 프랑스에 대해 ‘과거는 과거고 미래가 더 중요하다’라며 용서했고, 프랑스도 베트남이 개방되던 1996년에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하고 약탈했던 문화재도 모두 반환했다.

한국에 대해선 베트남은 승전국이기 때문에 “패전국인 동맹군들에게 공식적으로 별개의 사과나 보상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취하며 한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낭 미키해변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미군의 휴양시설로 사용됐던 다낭의 미키해변은 세계의 아름다운 6대 해변으로 꼽혀 서구인들의 최고 휴양지가 됐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올드타운 호이안의 옛 거리와 투본강가 야시장과 바구니 배 투어에는 한국인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다낭 유명 관광지로서 여행 필수코스라고 하는 ‘오행산’, ‘바나산’, ‘산짜반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 곳에 모두 ‘영응사(靈應寺)’란 이름을 가진 사찰이 있는 것이다.

다낭 관광코스의 중심, 영응사(靈應寺)


바나산 영응사


베트남은 오랜 프랑스 식민 지배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특성에 기인해 주변 국가와 달리 국교가 없다. 그러나 가톨릭 인구도 많고 민간신앙이 혼합돼 있지만 불교 인구가 국민의 50%을 넘을 정도로 불교적 정서가 강한 나라다. 중국풍의 대승불교가 중심이 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베트남 불교는 각 지역마다 유명 사찰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다낭의 영응사는 왠지 조금 특별해 보인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는 핵심 관광지 세 곳에 전혀 다른 이유로 창건된 세 개의 사찰 ‘영응사’는 다낭 소개 글에는 영흥사, 영은사, 베트남어로는 링엄사, 린웅사(Linh Ung Pagoda) 등으로 읽힌다. 다만 세 사찰 모두 동일하게 한자로 영응사(靈應寺)로 표기돼 있다.

세 사찰은 다낭을 중심으로 북동쪽에 손짜반도, 남쪽에 오행산, 서쪽에 바나산 등 삼각형으로 배치돼 다낭을 둘러싸고 있다. 다낭을 영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낭 한강


각기 다른 분위기의 신성함과 자연경관, 독특한 건축물 등을 갖고 있는 세 곳이 어떤 연유에서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해 찾았다. 하지만 찾지 못해 결국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지피티(GPT)’에 물었고 이런 답변이 나왔다.

“세 사찰은 각기 독립적인 사찰이지만 모두 신성한 기적과 관련된 전설이 있어 ‘영험하게 응답하다’라는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영응사’ 이름을 공유하게 됐다.”

진실을 확인할 순 없지만 어쨌든 특이한 케이스인 것만은 틀림없다. 세 영응사는 화려한 베트남 불교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다낭의 대표적인 사찰이며 관광 명소였다. 가이드는 세 사찰을 한 스님이 창건했다고 하고 분위기도 비슷하다고 했다. 필자 생각엔 1800년도에 한 스님이 세 곳에 사찰을 창건했으나 오행산 사찰을 제외한 두 곳은 파괴됐다가 현대에 와서 그 자리에 각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중창된 것으로 보인다.

남슨사찰


다낭에는 영응사 외에도 오행산 내에 17세기에 건립된 다낭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는 땀따이 사원이 있고, 매우 특별한 동상 등이 있는 꽌암사 사원도 있다.

남슨사찰


다낭에서 20여분 거리에 약 3300㎡(1만평)의 넓은 정원 속에 있는 ‘남슨사찰’ 등 유명 사찰들도 있다.

최초의 영응사가 있는 신묘한 산 오행산


다낭 오행산 영응사


대리석과 석회암으로 이뤄졌다고 해 ‘마블 마운틴’이라 불리는 오행산은 떨어져 있는 5개의 산봉우리를 각각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오행)인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地)산으로 부른다. 오행산 중 가장 큰 산인 수(水)산(Thuy Son)을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수(水)산 안에는 각종 석상과 6개의 동굴, 영응사, 땀따이 사원, 꽌암사 등 불교사원, 탑, 고대 건축물 등 산 전체가 볼거리로 가득하다.

오행산 영응사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156단의 땀따이 사원으로 이어지는 서문 계단 길과 108단의 웅촌 탑으로 이어지는 동문 계단 길이 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비용을 지불하고 43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영응사로 들어간다.

오행산 영응사 햐얀 불상


오행산 영응사는 세 개의 영응사 중 오래된 사리탑과 불상들을 간직한 역사성이 있다. 1825년 민망(Minh Mang)왕 시대에 어떤 현자(Quang Chanh)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곳은 국가 기념물로 지정된 10m 높이의 하얀 불상이 산을 등지고 있다.

오행산 7층탑


1997년에 지어진 28m 높이의 7층탑도 이곳의 명물인데 탑 내부에는 200여개의 부처, 보살, 아라한상이 있다고 한다.

오행산 영응사 본당


영응사 본당에 들어가면 특이하게 중앙에 석가모니 부처 등 삼불, 양 측면엔 2개의 불상 등 총 5불이 모셔져 있다.

오행산 석굴


푸른 나무들과 독특한 건축물, 일명 지옥 동굴이라는 암푸동굴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기묘한 동굴과 불상, 여러 신들이 모셔져 있는 오행산은 산의 기운이 강해서 매우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행산 후옌콩 동굴 내부


대리석 산인 오행산 인근에는 여러 대형 불상을 비롯한 불교 공예품뿐만 아니라 예수상 등 가톨릭 공예품, 코끼리상, 사자상 등 동물 대리석 공예품들이 정교하고 화려하게 쌓여 있다. 오행산 기운을 생각하며 조그만 포대화상 조각품을 기념으로 샀다.

베트남 최고의 67m 해수관음상, 손짜반도 영응사


손짜반도 영응사 해수관음상


다낭 도심에서 북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손짜(San Tra) 반도는 전설에 의하면 1800년대 어부들이 바다에서 떠내려오는 불상을 발견하고 좋은 징조라 생각해 사원을 건립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손짜반도 ‘영응사’는 베트남 전쟁 때 피난 가던 배가 조난해 죽은 보트피플 영혼을 달래기 위해 베트남에서 탈출해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2004년에 짓기 시작해 2010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손짜반도 영응사 문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다낭 중심지와 미키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넓은 주차장에 관광 차량이 가득 차 있다.

다낭 미키해변에서 바라본 해수관음상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30층 높이 67m의 하얀 해수관음상은 산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있어 미키해변에서도 산속에 하얗게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짜반도 영응사 해수관음상


35m 연꽃 받침 위에 올려져 있는 해수관음상은 한 손에 감로병을 들고서 보트피플과 어부에 대한 연민의 정을 발산하고 있으며 연꽃 받침 밑에는 조그만 기도처 법당이 마련돼 있다.

해수관음상 내부 기도처 법당


지금도 다낭지역에선 폭풍(태풍)이 다낭지역을 피해 가는 것은 관음상 덕분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손짜반도 영응사 앞마당


사찰 앞마당에는 여러 모양의 대형 분재 등과 4명의 수호용신, 18명의 아라한이 마당 양쪽에 배열해 불당을 수호하고 있다. 그 끝자락에는 포대화상과 용 모양으로 둘러싼 일주문이 자리하고 있다.

반얀나무


거대한 반얀나무 옆 정용식 ㈜헤럴드 상무 모습.


사찰 뒤편에는 넓은 공간과 큰 나무들이 많은데 이곳 터도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수백 년 된 반얀나무가 몇 개의 나무로 번식해 연결된 연리지 모양을 하고 있다.

화석나무


으스스함을 느낄 정도 강한 기운을 내 뿜고 있었고 오래된 화석나무가 뒷마당을 장식하고 있다.

손짜반도 영응사 9층 사리탑


웅장하게 서있는 대형 9층 사리탑이 화려함으로 맞이하고 제단 위에는 열반상이 누워있어 불자들이 기도를 위해 모여들기도 한다.

1457m 바나산 관광지 정상에 있는 영응사


바나산 케이블카


다낭 중심지에서 40㎞ 떨어진 생태관광지역이며 ‘중부지역의 사파’로 불리는 바나산 국립공원 정상 해발 1487m에도 ‘영응사’가 있다.

바나산 영응사 문


1999년 짓기 시작해 2004년 기공식을 했다는 절인데 아시아에서 가장 큰 부처 좌상인 높이 27m 지름 14m 하얀 불상이 명상에 잠긴 자세로 앉아 있다.

바나산 영응사 석가모니 불상


이곳에 가기 위해선 기네스북에 등장한 5042m 길이의 케이블카 표를 구매해 시시각각 날씨가 변하는 바나산의 열대우림의 아찔한 모습을 내려다보며 20여분쯤 올라가다 보면 1487m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골든 브릿지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곧바로 여우비와 안개의 흐린 날씨에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대형 손으로 받치고 있는 ‘골든 브릿지’를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다.

골든 브릿지


내려올 때 다시 보니 화창한 날씨에 선명하게 드러난 손바닥으로 감싸 쥔 골든브릿지를 볼 수 있어 다시 사진을 찍었다.

바나산 영응사 석가모니 불상 내부 법당


곧바로 100여년 이상 된 ‘와인 저장고’를 지나면 영응사의 화려한 법당 내 모습과 우뚝 솟은 27m의 하얀 석가모니 불상을 볼 수 있었다.

바나산 영응사 마당의 포대화상


바나산 영응사 내부 법당


여기도 사찰 마당 중심에는 포대화상이 환한 모습으로 반기고 계단 등에는 금빛 용이 금방이라도 승천할 듯하다. 가는 길목마다 손오공, 삼장법사 등 화려하고 다양한 조각상들이 배치돼 있다. 대형 관광지 안에 있는 사찰인지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바나산 영응사 가는 길목에 배치된 손오공, 삼장법사 등 조각상


다시금 2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식민지 시절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만든 휴양시설이 나온다.

바나산 케이블카


유럽풍의 호텔, 식당, 테마파크, 꽃마당과 숲길 등 다낭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를 마주하게 된다.

다낭 썬월드 바나힐


이곳은 베트남 썬 그룹이 운영하는 놀이공원과 엔터테인먼트 단지다.

호이안의 야경과 야시장


호이안


다낭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50여분 거리의 인구 8만 명의 작은 도시 호이안은 한때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번성했던 무역항이었다.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화교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했고, 무역이 번성하면서 일본인들이 많이 드나들어 일본인 마을도 생겼다. 인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서구 상인까지 드나들며 마을이 형성됐다.

호이안 내원교


지금은 투본강 어귀 옛 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됐다. 일본인 마을과 중국인 마을을 잇는 다리인 ‘내원교’는 베트남 지폐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투본강에서 어부들이 전통 바구니 배를 타고 공연하는 모습.


또 다른 토착민들이 사는 구역의 투본강에서는 전통 바구니 배를 타고 신명 난 어부들의 쇼를 감상했다.

호이안 야시장


올드타운 거리에 표를 구매해 들어섰지만 꼼꼼히 살펴보기도 전에 투본강 건너편의 화려한 야시장이 유혹해 자연스레 몸이 그쪽으로 이동했다. 초롱 등불을 켠 나룻배들이 관광객들을 태우고 야경 놀이를 즐기고 야시장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관광객들과 호객하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호이안 야시장


다낭에 오면 세 곳의 영응사와 함께 꼭 보지 않으면 후회할 곳이 호이안 야시장이라는 생각이다. 다낭의 세 영응사와 호이안의 야시장을 둘러보면서 활기로 넘쳐나고 약동하는 베트남의 현재를 보는 듯했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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