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업계, 트럼프에 “韓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금지 풀어달라”

美 소고기협회, 무역대표부에 요구
美 철강 “한국 최소 25% 관세 필요”
12일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효
한국산 철강 기존 ‘면세 쿼터’ 폐지


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이 광우병 우려로 미국의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것을 관련업계가 문제삼으면서 향후 미국의 상호관세 등 한국에 대한 압박 카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련기사 8면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시간)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지만 무시해선 안 되는 이슈”라고 밝혔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가 장기간 협상 끝에 2008년에 합의한 내용이었음에도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미 한국은 수년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가치 기준)이지만, 미국 축산업계는 소고기 수출을 계속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NCBA는 중국,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광우병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면서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에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과도기적 조치”였음에도 16년간 유지되고 있으며, 갈아서 만든 소고기 패티와 육포, 소시지 등 가공육은 여전히 금지됐다고 지적, 사실상 수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 축산업계가 우리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검역 규정 개선을 요구할 경우, 제2의 광우병 사태로 이어져 미국산 소고기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미국 NCBA의 이번 요청이 새로운 사항 아니다”면서 “이런 사항을 줄곧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USTR은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크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미국 각계의 의견을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접수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식별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4월 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철강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보조금을 받아 생산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반복해서 덤핑하고 있으며, 한국의 철강 생산능력이 자국 수요보다 훨씬 커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부가가치세 제도가 미국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한국의 불공정하고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관행이 미국 경제에 연간 33억달러의 피해를 준다고 주장, 한국산 철강에 최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한 ‘관세 전쟁’의 신호탄 격인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미국 동부시간 기준 12일 오전 0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발효된다. 미국 정부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모든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첫 사례다.

철강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에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연간 263만t)가 사실상 폐지돼 피해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 불확실성이 야기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침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이 나라는 호황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철·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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