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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률 [국가유산청]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보물로 지정됐던 조선시대 법률서 ‘대명률’(大明律)이 9년 만에 그 지위를 박탈당했다. 국보, 보물과 같은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는 사상 첫 사례다.
11일 국가유산청은 “대명률의 출처가 허위로 판명되면서 지난달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을 사전 고지했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에서 1389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형률 서적으로,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자료로 알려졌다.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본이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2015∼2016 국보·보물 지정 보고서’에서 대명률에 대해 “조선 시대의 법률은 물론 조선 전기의 서지학 연구를 위한 소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물 지정 불과 4개월여 만에 논란이 일었다. 2016년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대명률이 ‘장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998년 무렵 대명률을 보유했던 육신당 측은 건물 현판과 고서 등 유물 81건, 235점이 사라졌다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심지어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한 국가유산청도 2011년 대명률의 도난 사실을 공고한 바 있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A씨는 2012년 5월 장물업자로부터 대명률을 1500만 원에 사들였고, 같은 해 10월 대명률을 국가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대명률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속였다.
그렇다면 도난 신고가 있었는데도 대명률이 어떻게 보물로 지정됐던 걸까. 국가유산청은 “도난 신고가 됐더라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사진이 자세히 남아 있지 않아 (장물인지) 명확히 특정할 수 없었다”며 “향후에는 지정 신청이 되는 문화유산의 출처와 소장 경위에 대한 검토를 더 철저히 하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지정 심의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보물 지정 취소가 A씨에 대한 판결 이후 3년이 걸린 데 대해선 “지정 취소를 처음 하기 때문에 법률 검토, 전직 전문가들 검토 등 행정에 필요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임시 보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