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맞나요?”…포르쉐 베스트셀링카의 변신은 ‘무죄’ [시승기 - 마칸 일렉트릭]

타이칸 이은 브랜드 두 번째 순수 전기차
포르쉐 주행감성 그대로…전기차 이질감 없어
1회 충전시 마칸 4S 450㎞·마칸 터보 429㎞ 주행
대형 HUD ‘역대급’ 시인성 갖춰
다소 좁은 2열 공간은 아쉬움으로


포르쉐 두 번째 순수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 터보 모델 [포르쉐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포르쉐에서 ‘카이엔’과 매년 브랜드 판매 1위 경쟁을 벌이는 콤팩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마칸’이 전기차로 새롭게 탄생했다.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가 최초로 출시한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에 이은 두 번째 순수 전기차이자, 첫 전기 SUV 모델이다. 기존 내연 기관의 명성과 더불어 포르쉐가 추진하는 전동화 전환 전략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라도 이번 모델의 흥행 여부는 중요하다.

전기차로 변신한 포르쉐 베스스셀링카가 과연 기대에 충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서울 중구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300㎞ 구간을 달려봤다.

차량의 디자인을 먼저 살펴보면, 전면부의 첫인상은 날렵하고 역동적이다. 타이칸도 마찬가지지만, 포르쉐 전기차의 가장 도드라지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전기차 특유의 디자인 감성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마칸 일렉트릭 터보 측면(위쪽부터 시계방향), 후면, 전면. 서재근 기자


세단과 SUV를 막론하고, ‘전기차’라는 타이틀만 붙으면 마치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법한 독특한 생김새를 가진 디자인을 선보이는 일부 브랜드와 달리 마칸은 기존 포르쉐 내연기관 모델의 DNA를 고스란히 옮겨놨다.

브랜드 캐릭터라인과 비율은 유지하면서도 어댑티브 리어 스포일러, 프런트 에어 인테이크(공기 흡입구)의 액티브 쿨링 플랩, 밀패형 차체 하부 커버 등을 포함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는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PAA) 시스템과 같은 공기 역학 기술을 통해 최적화된 0.25의 공기저항계수를 실현했다.

실내에서도 ‘나는 전기차’라는 식의 무리한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12.6인치 디스플레이와 커브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 10.9 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 시스템으로 구성된 실내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전기차 버전’보다 마치 최신 버전의 내연기관 마칸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곳곳에 터치식 버튼과 아날로그 버튼을 적절히 조합한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최근 일부 브랜드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부분에 터치 버튼을 적용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운전을 하면서 조작하기에 불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마칸 일렉트릭 실내. 서재근 기자


마칸 일렉트릭 실내. 서재근 기자


마칸 일렉트릭은 드라이브 모드를 조작하는 버튼을 비롯해 스티어링휠 좌우로 각종 메뉴를 선택·조정하는 버튼은 물론 센터페시아 하단에 온도 등을 조절하는 공조장치 조작도 물리 버튼을 채택했다.

실내 공간의 경우 휠베이스(축간거리)가 2893㎜로 내연기관 모델(2807㎜) 대비 86㎜ 늘었다. 이를 통해 아이폰 길이만큼의 2열 무릎공간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물론 신장 180㎝인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장거리 운행 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지만, 어린 자녀나 여성 탑승자들에게는 모자람이 없을 만큼의 공간성을 갖췄다.

이날 행사는 각 편도 구간에 따라 서울에서 양평까지 ‘마칸 4S’를, 양평에서 서울까지 ‘마칸 터보’를 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모델별 제원상 성능을 살펴보면, 먼저 마칸 4S의 최고출력은 448마력, 최대토크는 83.6㎏·m다. 여기에 런치 컨트롤 작동 시 516마력의 오보부스트 출력을 발휘한다.

마칸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584마력, 최대토크 115.2㎏·m에 런치 컨트롤 작동 시 출력은 639마력(470㎾)까지 늘어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치가 쉽게 와닿지 않은 운전자들도 많을 테지만, 기존 내연기관 GTS 모델의 최고출력이 434마력이라는 점만 고려하더라도 전기차 버전의 성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터보 모델이 아닌 마칸 4S만 하더라도 일상에서 차고 넘치는 동력 성능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을 밟는 압력에 비례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은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마칸 내연기관 모델(왼쪽)과 마칸 일렉트릭 휄베이스 및 전장 비교 표. 서재근 기자


이날 시승 코스는 도심과 고속도로를 비롯해 굴곡이 심한 와인딩 코스로 구성됐는데 급격한 경사가 반복되는 구간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차체의 무게 배분과 안정적인 조향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이 한몫을 한다.

포르쉐가 마칸 일렉트릭을 위해 개발한 퍼포먼스 리어 엔드에는 전기 모터가 더 뒤쪽에 배치됐다. 이를 통해 48대 52의 비율로 무게 균형이 약간 뒤쪽으로 맞춰진다. 사륜구동의 역동적 토크 배분과 뒷바퀴 조향각을 최대 5도까지 조절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결합으로 가속 시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주행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광활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회생 제동에서 느껴지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없다는 점이다.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 최초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HUD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내비게이션 화살표가 주행 환경 데이터와 자동차 위치를 활용해 이동하는 방향의 차선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아울러 액티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지원해 전방 차량의 지정 거리가 도로위에 도트 패턴의 카펫이 깔린 것처럼 나타난다.

무엇보다 앞 유리를 통해 보여지는 HUD 이미지 크기가 압권이다. 지금까지 시승한 차량을 통틀어 가장 큰 수준으로 10m 거리에 나타나는 화면의 크기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디스플레이 크기인 87인치에 달해 운전을 하는 동안 만족스러운 시의성을 제공한다.


또한, 마칸 일렉트릭 역시 타이칸과 마찬가지로 회생제동을 통해 느껴지는 이질감이 없다. 포르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회생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내연기관 구동 시스템에서 ‘엔진 브레이킹’과 같은 엔진 드래그 코트로 인한 감속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감속이 자연스럽다. 회생제동 개입을 강제해 동승자는 물론 운전자에게까지 멀미를 유발하는 일부 전기차들과 비교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마칸 4S가 450㎞, 마칸 터보가 429㎞다. 편도 약 150㎞를 주행했을 때 잔여 주행거리는 제원상 전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예고없이 찾아온 봄날씨 탓에 에어컨을 켜고, 급가속·제동을 반복한 채 운전한 점을 고려하면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칸 일렉트릭은 ▷마칸 ▷마칸4 ▷마칸4S ▷마칸터보 등 4가지 모델로 출시되며 모델별 판매 가격은 각각 9910만원(이하 부가세 포함), 1억590만원, 1억1440만원, 1억3850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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