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면 재판중지? 누구 말이 맞는거야! [세상&]

한동훈 전대표 제기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언급
“사상 초유로 연구결과 없어”
“대법원이 최대한 속도내야” 의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일자가 오는 26일로 잡힌 가운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을 경우 대선 이후에도 대법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헌법학자들은 전례가 없어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사실상 미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오히려 보수 성향의 학자가 “이 대표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 국가 위상을 고려해 재판은 정지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반면,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진보 성향 학자는 “사실심인 아닌 대법원 재판은 계속 진행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한동훈이 처음 제기…이재명 스스로 “재판정지가 다수설”=이 대표는 지난달 MBC 백분토론에서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해서는 형사 재판이) 정지 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져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본인과 관련된 5개의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모두 중지될 거라는 취지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기소된 사건으로는 재판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대통령 재임 중에는 모든 재판이 중지된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6월 SNS에서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 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이 논란이 국가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헌법 84조 논란’을 처음 제기했다.

▶“사상초유로 연구결과 없어…객관적으로 보면 재판정지”(보수학자)=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적 정치성향을 떠나 학자 양심에 따라 보면, 이재명 대표의 말이 일리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차 교수는 “이 대표 발언은 다수설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헌법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학문적인 문헌자체가 거의 없다”고 했다. 헌법을 제정할 때 징역형을 받을 정도로 범죄혐의가 짙은 사람은 당연히 선거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법을 만들지 않았겠냐며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과거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놓고 견해 대립이 있었던 건 형사상 소추받지 않는다는 문구와 관련해 소추만 금지되느냐 혹은 소추를 전제한 수사도 금지되느냐의 문제였다”며 “공소 제기만 못 하는 게 아니라 공소 제기를 목표로 한 수사도 금지돼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파면 이후에야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추라고 하는 것은 어떤 책임을 지우기 위해 재판에 붙이거나 판단에 붙이는 행위”라며 “국정 수행의 안정, 대통령직에 대한 신뢰 확보, 국격의 확보 등 입법 취지를 존중한다면 대통령 당선전에 진행되던 형사 재판도 정지돼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사실심인 아닌 대법원에서의 법률심은 진행해야”(진보학자)=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인정한 것은 대통령의 업무방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적어도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의 재판은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률심은 양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유지된다.

그는 “대법원 선고는 1·2심에서 이뤄진 판결을 한번 짚어보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면 탄핵도 필요없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버리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이 부분을 의식해 스스로 판단을 자제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이 판단을 대통령 임기 내내 미룰 경우 사회적 혼란은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3심 재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을 앞둔 상태로 대선에 출마한 데 대해 “재임 기간 이전 이뤄진 기소에도 불소추특권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헌법 84조가 홍 후보의 상고심 재판을 중단시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자로서의 일관성을 이유로 현재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논란 없애기 위해 속도내야”= 일각에서는 이 대표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경우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이 지켜지더라도 3월 중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나올 경우 대선은 5월, 대법원 선고는 6월에 나올 가능성이 커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다른 재판(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위증교사,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도 지속될 지 여부가 달려있다.

여권에서는 헌법 84조를 ‘재임 중 발생한 형사 사건에 한하여’ 소추할 수 없다고 명시하자는 개정의견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 적용을 임기 중에 발생한 일로 한정하도록 헌법 조문을 바꿔야 해석상 차이로 불거질 수 있는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5일 시도지사협의회장 명의로 발표한 개헌안에는 형사상 불소추 특권의 범위에 대해 ‘재임 중에 발생한 형사사건에 한해 소추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겼고, 이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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