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전달은 문제’ 응답 70%↑…사임에는 선긋는 여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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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최근 ‘상품권 스캔들’로 비판받는 가운데 내각 지지율이 지난해 10월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5∼16일 1137명(유효 응답자 수 기준)을 상대로 벌인 정례 여론 조사 결과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전월(40%)보다 14%포인트나 하락한 26%로 집계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이는 이 신문의 월례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이시바 내각 출범 후 최저 수준이다.
일본에선 통상적으로 내각 지지율이 30%를 밑돌면 ‘퇴진 위기’ 수준으로도 평가된다.
이시바 총리가 지난 3일 초선 중의원(하원) 의원 15명에게 1인당 10만엔(약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한 데 대한 부정적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이번 일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났고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선 정치자금 규정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이시바 총리 측의 상품권 전달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문제가 아니다’라는 응답자는 23%에 그쳤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이 문제로 사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필요 없다’는 응답률(60%)이 ‘그렇다’(32%)를 크게 웃돌았다.
마이니치신문이 15∼16일 2047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전월보다 7%포인트 하락한 23%에 그쳤다. 이 신문 역시 월례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이시바 내각 출범 후 최저치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표명한 작년 8월 조사치(23%)와 같은 수준이다.
이 조사에서도 이시바 총리 측의 상품권 전달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률(78%)이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1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14∼16일 1023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전화 여론 조사한 결과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전월보다 8%포인트나 하락한 31%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월례 조사에서 역시 이시바 내각 출범 후 최저치다.
이번 조사에서 이시바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58%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이시바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와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가 각각 26%로 가장 많았고 ‘이시바 총리에게 지도력이 없다’(1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향후 정권과 관련해서는 46%가 ‘야당 중심의 정권 교체’를 꼽았고 ‘자민당 중심의 정권 유지’라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그쳤다.
지난 1월 동일 질문에는 ‘자민당 중심의 정권 유지’(41%)가 ‘야당 중심의 정권 교체’(40%)를 조금이나마 앞섰다.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 교수는 “(상품권 스캔들에 따른) 유권자의 쇼크는 크고 이제는 총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자체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상품권 스캔들이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비판받아 내각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