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행 관광객 5% 감소…수입 640억달러 ↓
3월 미시간대 소비심리 2년여 만에 최저
미 재무장관 “경기침체 가능성 배제 안 해”
![]()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식료품점에서 한 고객이 계란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소비 지출과 심리가 둔화하고 있다. 미국 관광 산업 역시 여행객 감소로 수십억달러의 손실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경제 곳곳에서 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인 리테일넥스트는 3월 초 미국 매장 방문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으며, 연초부터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지표도 나왔다.
지난 14일 미 미시간대는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를 57.9로 집계했다. 이는 2월 지수(64.7)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나아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번 집계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3.2)를 하회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집계를 관장하는 조안 슈 디렉터는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없지만, 개인 재무나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사업환경, 증시 등 다양한 경제 측면에서 미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악화했다”며 “경제정책의 잦은 변동은 개인의 정책 선호도와 관계없이 소비자들의 미래 계획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 |
지난 2020년 3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임페리얼의 피츠버그 국제공항에 아메리칸 항공 비행기들이 주차돼있다. [AP] |
관광 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더불어 캐나다 등 국가와의 갈등이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 조사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으로의 국제 여행은 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여행 산업에 640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9%의 여행 증가를 예상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캐나다와의 관세 전쟁과 트럼프의 거친 말 등을 반영해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애덤 삭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 사장은 “관세 때문만이 아니라 트럼프의 관세를 둘러싼 수사와 거만한 어조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조롱성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해외 방문객 수는 2월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중국이 11%로 가장 컸고 아프리카(9%), 아시아(7%), 중앙아메리카(6%) 등이었다.
삭스는 이번 행정부 뿐만 아니라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관광객 감소가 발생, 약 200억달러의 관광 수입이 줄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멕시코, 중국, 중동의 여행객 감소가 컸으나 이번에는 캐나다 여행객의 감소가 크다고 WP는 전했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뒤 차를 몰고 돌아오는 캐나다인의 수가 2월에 23% 감소했고, 비행기 여행객은 13% 줄었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올해 캐나다 여행긱은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수입 감소는 3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WP는 “캐나다 여행객 감소는 관광산업이 자체적인 압박에 처한 상황에 벌어져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라고 전했다.
![]()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점차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미 NBC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서 “정부부채를 이대로 놔두면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정상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취임 첫 달 동안 예산 부족액이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 부채와 적자 문제는 더욱 악화돼 경기침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미 경제가 안정적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선 단기간의 혼란이 필요하다고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예측하기는 싫지만, 우리가 큰 일을 하고 있어 과도기가 있을 수 있다”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다만 베센트 장관은 최근 증시 하락은 ‘건강한 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곧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이 장기적으론 시장과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세금 정책, 규제 완화, 에너지 안보를 도입하면 시장은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