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에 금리 낮췄지만…금통위원들 “토허제 해제에 집값 과열 우려”

한국은행, 18일 2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경기 위축 우려에 만장일치 인하했지만
“토허제 해제, 주택 과열 가능성”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인한 집값 과열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위축으로 인해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는 불가피 했지만 앞으로는 집값과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단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한은이 18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2월 25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한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도 호가가 급등했고, 수도권 여타 지역에서도 주택가격 선행지표들이 엇갈려 향후 주택시장이 선도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른 위원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율과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 위원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가 위축된 만큼,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정도가 통상적 경우보다 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 가계부채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럼에도 당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당시 금통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이에 지난달 25일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인하했다.

한 위원은 “국내 경기 부진이 내수를 중심으로 가시화하는 만큼 경기 회복에 좀 더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위원도 “물가(소비자물가 상승률)가 목표 수준(2.0%)에 근접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한 반면,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환경 속에서 잠재성장률을 상당폭 하회하는 경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은 크게 위축된 경제 심리 회복이 관건으로, 이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 역시 “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의 경우 수출과 내수 흐름이 모두 약해지면서 당초 전망 경로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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