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인프라’ 1600조 지출 헌법 개정안 의회 통과

인프라 792조원, 국방비 무제한
상원 표결·대통령 승인만 남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CDU) 대표가 18일(현지시간) 국방 및 인프라 분야 지출 패키지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독일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인프라·국방 투자 계획이 18일(현지시간) 의회 문턱을 넘었다.

독일 연방의회는 향후 10년여간 국방과 인프라 분야 지출을 최대 1조유로(약 1580조원)까지 대폭 늘리는 계획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의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5000억유로(792조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를 초과하는 국방비는 부채한도 규정에 예외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본법 개정은 상원(참사원)에 참여하는 16개 연방주 대표 가운데 3분의 2 이상 동의하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승인하면 확정된다. 상원은 오는 21일 표결 예정이다.

의회의 이번 결정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CDU) 대표의 ‘승리’로도 꼽힌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 2월 총선에서 기민련이 승리하자마자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달성해야 한다”며 강한 유럽을 만들 것을 주장했고, 그 일환으로 강력한 재정 개혁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증가한 러시아에 대한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맞닥뜨리며 거대한 변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경제 체질 개선과 안보 강화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지출을 합의하고 기본법 개정을 추진했다.

양당은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특별기금 5000억유로 가운데 1000억유로를 기후변화 부문에 쓰기로 하고 녹색당 협조를 받았다. 이날 표결에서 찬성 513표, 반대 207표로 찬성표가 기본법 개정에 필요한 재적 3분의 2를 넘겼다.

최장 12년간 사용하는 인프라 예산 5천억유로는 연방정부 지난해 예산 4657억유로를 넘는 규모다. 국방비는 사실상 무제한 늘릴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국방비는 정규예산 520억유로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책정한 특별예산에서 사용한 198억유로를 합해 718억유로였다. 최근 유럽 정치권 논의대로 국방비를 GDP 대비 3.5%까지 늘릴 경우 연간 1500억유로 안팎이 될 전망이다.

시장은 막대한 돈풀기가 최근 2년 연속 역성장한 독일 경제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독일 증시 닥스40 지수는 전날보다 1% 넘게 올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화도 한때 1.095달러를 넘어 작년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2.1%로 올렸다.

장기간 대규모 정부 지출이 재정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의 프리드리히 하이네만은 독일 정부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현재 62%에서 빠르면 2034년 1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BNP파리바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현재 2.8%대에서 2028년 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4%대를 기록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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