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자동조정장치 ‘산 넘어 산’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

“큰 진전” 평가에도 의원 84명 반대·기권
“기금 고갈 9년 늦춰…청년 착취법” 비판↑
추가 연금개혁 논의 요구 속 난항 예고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여야가 연금개혁에 전격 합의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개혁은 재정 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미완’이란 지적을 받는다. 특히 청년세대가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란 비판이 커지면서,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신속하게 추가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번 연금개혁은 지난해 9월 21년 만의 정부안 발표, 국정협의회를 통한 여야 지도부의 줄다리기 협상을 거쳐 이뤄졌다. 특히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상된 건 27년 만이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지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것만 하더라도 연금에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수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표결 결과는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 반대 40명, 기권 44명으로 나타났다. 1980~90년대생 청년 의원들 뿐만 아니라 다선 중진 의원들까지 무려 84명이 반대·기권표를 던진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전체 의원(108명)의 절반을 넘는 55명, 민주당에서는 8명이 원내지도부 합의에 반하며 사실상 이탈했다. 조국혁신당(10명), 개혁신당·진보당(각 3명),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각 1명), 무소속(1명)도 반대·기권했다.

이는 이번 개혁안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종전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고갈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가 포함되지 못했고,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연금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개혁 논의도 미뤄졌다. 기금 고갈 이후 정부 재정이 투입되면 사실상 미래세대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비판이 본회의 표결 이전부터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아 당내 논의를 주도했던 재선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은 “청년세대 착취법”이라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사의까지 표명했고, 특위 위원들도 반대표를 던졌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연금개혁 과정에서 출범에 합의한 국회 연금개혁 특위를 속히 가동해 추가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선주자들도 “앞으로 연금 개혁이 추가로 불가피할 것(김동연 경기지사)”,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다음 정권 때 다시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결국 근본적인 연금개혁은 다시 해야(유승민 전 의원)” 등 메시지를 일제히 내놓았다.

다만 특위가 가동되더라도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정치권의 시선이 당장 임박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향해 있기 때문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이 현실화하면 연금개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고,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국정 동력을 잃고 표류할 것이란 비관적 관측이 나온다. 연금특위 활동 시한은 올해 말까지로, 필요하다면 연장이 가능하다.

기권표를 던진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활발하게 움직이기가 좀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반대표를 던진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미 합의 처리했다라고 해서 또 딜레이(지연) 되는 것이 걱정”이라며 “구조개혁 논의를 당장 같이 했었어야 됐다”고 토로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민주당의 요구사항이 다수 관철되면서 특위 협상 카드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국민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연금개혁은 선거 공약화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진·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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