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파, 저녁 챙겨주셨나” 월세 독촉 집주인에 삼계탕 끓여내라는 세입자 엄마

집주인 “삼계탕 한 번 나눠 줬더니” 당한 일
온라인에 카카오톡 대화 내용 올려 알려
누리꾼들 “호의가 권리된다는 게 이런 뜻”


삼계탕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월세를 독촉하는 집주인에게 세입자인 자녀가 아프다며 삼계탕을 끓여 달라고 한 부모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월세집은 월 25만원 받는 원룸 건물로, 하숙집은 아니었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계탕 한 번 나눠 줬더니’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 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임대인의 자녀로 보이는 글쓴이는 세입자 어머니가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캡처해 올렸다.

임대인의 자녀 A씨와 세입자의 부모 B씨가 나눈 대화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대화 내용을 보면 글쓴이 A씨는 ‘월세가 제 날짜에 입금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세입자 어머니 B씨와 대화를 텄다. “날이 많이 추운데 잘 지내고 계시냐”며 안부 인사로 시작해 “시간 나실때 입금 하시고 연락 부탁드린다”라고 예의를 차렸다.

이에 B씨는 “내일 넣겠다. 미안하다”고 답하면서 “혹시 저녁 챙겨주셨냐”고 물었다.

이에 A씨가 “저희가 식사를 챙기진 않는다”며 “식사 했는 지 한번 물어봐드릴꺼냐. (아들과)연락이 안되는 거냐”라고 답했다.

임대인 자녀 A씨와 세입자 부모 B씨가 나눈 대화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러자 B씨는 “저번에 삼계탕 해 주셨다고. 맛있었다고 하더라. 날씨가 추워서 으슬으슬한데 애가 감기가 잘 걸린다”며 “혹시 삼계탕 해 주셨나 해서, 부탁 좀 드릴까 하고. 감기 들었을 때 그거 먹이면 빨리 낫더라”고 부탁했다.

A씨는 “그때는 저희 먹으려고 (삼계탕을) 만들었다가 인사하고 가길래 한 마리 덜어준 것”이라며 “원래 식사를 챙겨주진 않는다. 반찬은 가끔가다 챙겨주고 있지만 부모님(임대인)이 좋은 마음에서 학생분을 챙겨 준 거지 하숙생 개념이 아니지 않나”라며 지난 호의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B씨는 대뜸 “애가 아파서 부탁드린 건데 참 너무 하다”며 A씨를 질책했다. 이어 “잘 챙겨 주신다고 해서 계약했는데 그리 어려운 부탁이었는지”라며 “가까웠으면 제가 해 줬다. 멀리 있어서 저도 속 타는데”라고 인정을 호소했다.

A씨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당황스럽다”며 “(계약 때)잘 챙겨준다고 한 건 집에 문제가 없는 지 자주 들여다보고 문제 생기면 빠르게 수리해준다는 의미다. OO호 학생만 관리비 안 받고 빼드린 건데”라고 항변했다. 당황한 A씨는 “자식분들 식사 챙겨주시길 원하셨으면 하숙집을 찾으셨어야죠”라며 “아픈 아드님 걱정되시는 건 알지만 아픈 게 저희 탓도 아니고 그걸 저희보고 해달라고 하면 어떡하냐. 월세 25만원 받아 용돈 벌이하는 부모님이 원룸 학생들 식사까지 챙겨야하는 건 아니잖냐”고 말을 보탰다. 이어 “정 마음에 안들면 계약 해지하셔도 된다”라고 못 박았다.

A씨는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거면 지금 확인해보겠다”고까지 했다.

B씨는 그래도 “같은 자식 둔 엄마 마음이 안 그렇다. 아프다고 하니 속 탄다. 연락은 된다”고 하면서 “그리 어려운 부탁이었나. 사람 민망하게 뭐라고 하신다.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그만하자”라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호의가 권리가 된다는 말이 이런 뜻이구나”, “배달음식으로 보내면 안 되나? 연세가 있어 모르시는 건가”, “애초 저렇게 장문을 정성들여 쓸 필요 없다”, “삼계탕 줘서 고맙다고 할 줄 알았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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